리아나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리아나가 정복자로 우뚝 섰다.
지난 10년간 NFL은 직전 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 아티스트에게, 혹은 활발한 음악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중음악계의 전설에 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무대는 점점 화려해졌고 단독 퍼포머라도 게스트들이 대거 등장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2015년 본경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린 케이티 페리의 전설이 정점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NFL 사무국을 때리자 정치적 메시지까지 추가됐다. 콜드플레이와 함께한 비욘세의 역사적인 'Formation', 드론으로 빛낸 미국 국기 아래 통합을 외치며 스타디움으로 낙하한 레이디 가가 등이다. 콜린 캐퍼닉의 무릎 꿇기 사건이 발생하며 흑인 아티스트들이 슈퍼볼을 공개 거부하자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9년 마룬 파이브 대참사가 일어났다.
2011년부터 프로듀서를 맡은 리키 커시너가 2020년을 끝으로 물러나고 제이지의 록 네이션이 슈퍼볼 하프타임 쇼 프로듀서로 나서면서부터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마침 트럼프도 날아갔고 말이다. 샤키라+제니퍼 로페즈, 위켄드, 닥터 드레 사단, 리아나. 라인업부터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중에서도 리아나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독특한 점이 있었다. 준비기간부터 달랐다. 리아나는 21세기를 지배한 팝스타다. 그런데 2016년 Anti 이후 앨범 활동이 없으며 7년 만의 라이브 공연이었다. 그 때문에 지상 최대의 쇼라 불리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리아나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펩시를 밀어내고 스폰서가 된 애플 뮤직 입장에게도 절호의 기회였다.
리아나에게도 슈퍼볼은 더할 나위 없는 귀환의 장소였다. 음악을 쉬고 있었던 것이지 대중적 인지도와 화제성은 오히려 늘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2021년 리아나의 재산은 17억 달러로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보다 많았다. 펜티 뷰티, 새비지 펜티 라인은 아티스트의 뷰티 사업 진출에 있어 하나의 교과서처럼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가 되었다. 또한 리아나는 2019년 NFL으로부터 슈퍼볼 무대 제안을 받았으나 콜린 캐퍼닉의 무릎 꿇기 사건을 이유로 보이콧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명분까지 갖춘 셈이다.
기대대로 퍼포먼스 역시 최근 슈퍼볼 하프타임 쇼와 차별점이 많았다. 하얀 옷의 백댄서들과 수직 부양 스테이지 정도로 단출하게(?) 구성한 무대 위에서 리아나는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히트곡 메들리를 이어갔다. 으레 외칠 법한 '슈퍼볼!', '메잌 섬 노이즈!' 같은 구호는 당연히 없었다.
대중문화계에서 금기어가 되어버린 카니예 웨스트의 'All of the lights'와 'Run this town' 도 당연히 불렀다. 슈퍼볼이라는 무게는 사라졌다. 모든 과한 장치와 민감한 이슈를 제거하고 오로지 인물에게만 중심을 두었다. 리아나도 여유로웠다.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역사에 남을 인트로 클립을 만들고, 천연덕스럽게 펜티 파운더로 화장을 고치는 모습에서 모두가 그의 슈퍼스타 기질을 다시금 확인했다.
리아나의 단독 투어 하이라이트라 해도 이질적이지 않은 공연이었다. '17년 동안의 내 커리어를 13분으로 요약하고자 했다'는 사전 예고가 틀리지 않았다.
리하나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보러가기
리아나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슈퍼볼 역사에 손꼽을만한 공연이며 대중음악계가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를 제대로 활용한 모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휘황찬란한 하프타임 쇼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감흥이 덜했을 수 있다. 그러나 리아나에게는 그런 여러 가지 번잡한 것들이 필요치 않았다. 히트곡, 좋은 노래, 야심과 자신 있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나는 밤의 꼭대기에서, 리아나가 정복자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