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인터뷰

*2022.03.24

"'슬픈 가운데 춤은 추고 싶은 음악', 그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뽕'을 찾는 아티스트가 있었다. 원래 그는 세련된 전자 음악을 선보이며 보아, NCT127, 있지 등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던 프로듀서였다. 어느 날 소속사의 제안을 받아 뽕을 접한 남자는 트로트의 하위 장르 뽕짝에 사로잡혔고, 관광버스나 고속도로, 카바레와 장터에서 울려 퍼지는 오묘한 음악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다. 2018년 해외 래퍼의 내한 공연이 벌어지던 홍대의 지하 클럽에서 처음 만난 그의 관심은 오로지 뽕, 그것뿐이었다.

DJ 250(본명 이호형·40)의 [뽕]은 2022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다. 기나긴 탐구와 제작의 과정을 거쳐 제작한 앨범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뽕짝의 본질을 탐구하여 그 속에 깊게 배인 인간의 감정을 전자 음악으로 풀어낸 문제작이다. 3월 18일 발매된 [뽕]은 순식간에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3월 31일 서울 삼각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250은 "옛날 음악 같지만 요즘 음악처럼 들렸으면 좋겠고, 슬픈 음악이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뽕'을 일종의 조미료라 생각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250의 [뽕], 반응이 아주 뜨겁다.
직접적으로 와닿는 어떤 느낌은 아직 없다. 사실 앨범 발매 전에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뽕]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던 탓이다. 옛날 음악 같지만 요즘 음악처럼 들렸으면 좋겠고, 슬픈 음악이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했다. 무엇보다 '슬픈 가운데 춤은 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슬픔이라는 키워드는 누구에게나 조금씩 반드시 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반응 개수도 많지만 질적으로도 훌륭한 피드백이 쏟아진다. 앨범의 정서와 사운드, 참여 인물, 뮤직비디오 등 입체적인 방면에서의 접근이다. 하루에 한 번 타임라인에서 반드시 250의 [뽕] 앨범 관련 내용을 접한다.
다양한 바람이 있었기에 작품이 나오면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괴로움이 있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굉장히 기분 좋다.

4년 전 홍대 헨즈 클럽에서 처음 만났던 때도 250은 '뽕'을 찾고 있었다. 어쩌면 그 이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뽕을 찾아 떠났던 250의 길고 긴 여정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뽕 음악을 찾아 연구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앨범을 한 번 엎었고, 코로나19 이슈도 있었다. 사실 코로나19 핑계를 대기도 애매한 게, 계속 발매 일정이 미뤄지니까 앨범 일을 잠깐 놓고 데드라인을 새로 정해 휘몰아쳐 해결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 공백 기간 동안 '춤을 추어요', '휘날레'를 완성해 앨범에 수록했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저는 이 정도 앨범을 내려면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한 사람입니다."라고.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제작된 [뽕]은 '뽕마니(뽕+심마니)'의 치밀한 기록이다. 정겨운 트로트 가락을 힙합,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록, 신스 팝에 접목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250만의 음악을 만들었다. 고속도로 테이프 속 휘황찬란한 전자올갠(신시사이저) '꽈배기 톤'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때리다가도 처연한 건반 소리가 들릴 때면 이유 없이 서글퍼진다. '뽕'은 '뽕'이되 '뽕'이 아니다.

중간에 한 번 엎었던 앨범, 원래 [뽕]은 어떤 스타일의 앨범이었나.
지금 생각하면 한국적인 사운드 소스에 집중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해외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다 보면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보이스 샘플을 하나 가지고 댄스 뮤직의 모티브로 삼는 경우가 많다. 맨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만든 노래가 있다면.
'뱅버스(Bang Bus)'다. 제일 뽕짝스러운 곡이지만 어떤 면으로는 나의 '뽕'은 또 아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아니었지만 뽕 앨범을 만드는 데 이런 템포, 이런 분위기, 이런 사운드를 피해 가는 것은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버스에서 틀기 좋은 음악 하나는 있어야 해'라는 의도가 있었다.

사운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뽕'이라는 단어에 집중해보자. 한국인이라면 '뽕'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있다. 250의 '뽕'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어린 시절 고속도로에서 아버지가 트셨던 노래가 최초의 '뽕'이다. 너무 빠르고 높은 노래였다. 일반적인 사람의 목소리 같지 않고 만화에 나오는 듯한 목소리였다. 평소 점잖으신 아버지께서 그런 노래를 트셨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머니는 옆에서 불평하셨다. "나는 이거 못 듣는다. 멀미 난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걸 들어야 고속도로에서 잠이 안 온다". 멀미 나고 듣기 괴롭지만 '틀어놓으면 잠이 안 오는 노래'로 '뽕'을 기억하고 있다.

고속도로 이야기를 했지만 250의 [뽕]은 '고속도로 뽕'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들린다. 소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유념했던 점은.
비율을 중시했다. 슬프지만 신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옛날에 무언가가 있지만 요즘에 무언가가 있는 듯한 음악. 피자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너무 과한 피자집에 콤비네이션 피자를 시키면 조화롭지 않은 재료까지 넣어준다. 음식도 강한 맛, 쏘는 맛은 가끔 생각은 나지만 반 정도 먹고 나면 분명히 질리게 된다.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결국 배합이 중요하다. 내 음악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따올 거라면 세련된 사운드 샘플을 넣는 식으로 작업했다.

배합이라.
어떤 면으로는 뽕이 다시다나 미원 같은 조미료일 수도 있겠다. 약간 심심한 음식에 조미료 한 숟가락을 넣으면 모든 맛이 다 끌러내어지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되살려준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일단 만들어 놓은 다음에, 은은한 슬픔을 전하는 용도로 뽕을 배치하는 것이다. 뿅뿅거리고 촐싹 맞은 사운드를 쓰는 무드 있고 차분한 노래를 생각해보라. 이상한 느낌은 들지만 기꺼이 삼킬 수는 있다.

250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꺼려지는 이 장르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대한민국 음악의 산증인들을 불러 모았다. 대한민국 뽕짝 대표 이박사는 '사랑이야기'에 추임새를 더했고 그의 영원한 음악 파트너 김수일은 앨범을 여는 '모든 것이 꿈이었네'에서 생전 처음으로 보컬 녹음을 했다. 베테랑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이 참여한 '로얄 블루', 대중음악의 전설 신중현의 음악을 샘플링한 '나는 너를 사랑해', 시대를 풍미한 작사가 양인자가 가사를 쓰고 '아기 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이 노래를 부른 '휘날레'가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 전자 올갠 마스터로 손꼽히는 나운도도 힘을 보탰다.

대표적으로 배합을 잘한 곡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뽕]을 시작하는 '모든 것이 꿈이었네'다. 현장 녹음이라 음질도 좋지 않았고, 김수일 선생님의 목소리도 절창은 아니었다. 원래 노래를 하시던 분이 아니셨으니 당연하다. 집에서 혼자 부르듯 자연스럽게 녹음한 보컬 샘플을 들고 와서 고민을 했다. 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다. 어설픈 EDM 스타일 노래도 몇 개 만들었다 지웠다.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있다 보니 2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 갑자기 이 보컬 샘플을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물로 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무언가 해야 하는 불안감이 없어지니 목소리와 가사에 집중이 되더라. 멋있게 보이는 드럼 사운드를 빼버리고 싱글 클랩 비트, 한 사람이 손뼉 치면서 노래하는 구상이 잡혔다. 베이스는 과장되지 않게 얌전히 통통 쳐주는 선으로 정리했고 멜로디는 195-60년대 멜로트론으로 연주해 목소리보다 훨씬 낡은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낡아서 멋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소리를 모아서 앨범은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키고 싶었다.

250이 원하는 소리는 무엇이었나.
'뽕을 찾아서' 프로젝트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불안한 마음에 요즘 악기들을 넣지 않고, 촌스럽게 들리기 싫으니 애써 무언가 더하게 된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는 누가 들어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목소리가 있었다. 김수일 선생님의 목소리를 살리는 방향으로 갔다. '주세요'의 경우는 대놓고 퓨처 베이스를 갖다 붙인 노래다. 이 노래는 그렇게 해도 말이 된다. 앞 뒤 애절한 올갠 반주가 들어간 후라 중간에 어떤 소리를 넣든, 설령 그것이 일반적이라 해도 슬픔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아예 종잡을 수 없는 옛날 음악 같다가도 뜬금없이 현대적인 EDM이 나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왔다 갔다 했다. 사운드가 좋으면 촌스럽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왔다 갔다'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그러나 [뽕]에는 완벽한 기승전결이 있다. 이를테면 앨범을 마무리하는 '휘날레'같은 곡이다. '아기 공룡 둘리' 오프닝을 부른 오승원 님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무심코 유튜브에서 2011년쯤 오승원 님이 노래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오승원이라는 가수가 최근까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딱 한 소절, '요리보고'를 부르자마자 관객들이 난리가 났다. 감동적이었다. '아기 공룡 둘리'에 대한 기억은 거의 30년 전 TV 앞에서 멈춰있었다. 어느새 30대 중후반이 되어버린 내가 갑자기 영상을 보게 되자 어느 시점으로 무한히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너무 슬퍼졌다. 우리 세대는 오승원 님의 목소리로 슬픔의 감정을 공유한 세대다.

'아기 공룡 둘리'가 그렇게 슬펐나.
만화책은 아니고 TV 애니메이션이 유독 슬프다. '1억 년 전 옛날이 너무나 그리워 / 보고픈 엄마 찾아' 주제가도 한 몫했다. 둘리가 여러 사고를 치지만 어찌 됐든 엄마를 잃고 사는 아이 아닌가. 오승원 님의 목소리가 나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 우울의 정서였다. 그  감정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오승원 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대응하는 엔딩 곡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오승원 님을 모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직까지도 그 목소리가 여전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연락처를 수소문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열심히 인터넷에서 찾아보던 와중 우연히 어떤 지방 동물보호 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블로그 글을 발견했다. 그분께 바로 메일을 보내서 영상을 받았다. 이후 오승원 님의 아드님을 통해 연락처를 받았고, 간신히 만나 인사드리고 녹음을 진행했다. 그 목소리 그대로였다. 완성된 '휘날레'를 처음 들으셨을 땐 걱정도 하셨다. "둘리 노래를 부른 사람의 노래처럼 들리시나요?"

250의 설명처럼 [뽕]은 기억 속 깊이 잠들어있던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시작으로 돌아가는 삶의 필름은 마지막 열정을 태워보려 마구 몸을 움직이는 '뱅버스'와 '사랑이야기'를 펼쳐 보이지만 이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한 장면을 몰래 엿보는 소격 효과의 '이창'과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허무함이 짙게 남는다. '바라보고'와 '나는 너를 사랑해', '주세요'의 무아지경을 거쳐 고독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남자의 '로얄 블루'와 '레드 글라스'가 초라한 남자의 뒷모습에 희미한 조명을 비춘다. 250의 '뽕'은 고독이다.

'슬퍼도 춤을 춰야 된다'는 감정을 강조한다.
아주 격렬한 사운드로 슬픈 멜로디를 연주를 하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악보를 보며 음악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상이 있다. 똑같은 선율도 어떤 악기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다. '사랑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면, 이 노래는 앨범에서 빌드업-드롭 형식을 갖춘 몇 안 되는 곡이다. 중간중간 찢어지는 듯 강렬한 사운드로 춤추는 멜로디를 넣었는데 이것이 재미있는 지점이다. 하우스 음악처럼 쾅쾅쾅 이런 류가 아니라 엄연히 선율을 갖추고 있지 않나. 격렬하고 괴상한 소리지만 결국 우리에게 어떤 슬픈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복잡한 심상이 재미있었다.

'바라보고'에서 가야금을 넣은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나.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나운도 선생님과의 만남을 돌아봐야 한다. '바라보고'를 만들 때 중간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앞부분처럼 똑같이 리드 악기가 나오면 재미없을 것 같고, 뒷부분을 우당탕탕 뒤집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고... 그때 나운도 선생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다. 옛날 우리나라에서 뽕짝 연주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쓰던 유명한 신시사이저가 있었는데 그 악기에 적용할 수 있는 사운드 패치를 누군가가 만들어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했고 그게 대박이 났다고 했다. 전국의 뽕짝 연주자들이 그 가야금 소리를 썼다고 한다. 다행히 나운도 선생님께서 그 신시사이저를 가지고 계셨고 연주도 직접 해주셨다.

나운도의 가야금 연주 이후 250이 1990년대 가요 풍의 비트를 깔고 달려 나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바라보고'의 일화처럼 250이 뽕짝을 하나하나 배워나간 과정이 궁금하다.
나운도 선생님의 악기 소리를 나의 컴퓨터 가상 악기로 흉내 내서 디자인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들이 어떤 요소의 뽕짝을 좋아하고 또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은 복고적이었다. 다만 실제로 뽕짝 시장에서 사용되는 옛날 악기보다는 현대적인 방식의 작업을 우선시했다.

'나는 너를 사랑해'는 신중현의 곡을 샘플링했다.
한국 노래를 샘플링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원곡에서 짤랑짤랑, 벨을 울리는 소리가 있는데 나에게는 그게 장송곡처럼 들렸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같은 상여소리. 차분하고 비장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숨이 끊어지는 듯한 마지막의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제목도 인상 깊었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표현, '좋아한다' 등의 말과 비교해 정말 강력하지 않나.

문득 '뱅버스'의 뮤직비디오에서 속옷 차림으로 달리는 백현진이 떠올랐다. 새빨간 욕망으로 물든 허름한 모텔방에서 욕정을 해소하던 중년의 남자는 단속 나온 이들에게 현장을 들키고 만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남자는 팬티바람에 구두를 신고 달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한다. 쫓는 이가 없는데도, 차에 치이고서도, 계속 달린다. 어둠 속으로 황급히 사라지는 남자에게서 '뽕'의 정서를 읽는다. 들켜서는 안 될 은밀한 욕망, 무아지경으로 치닫는 육체의 움직임, 그리고 기묘한 슬픔과 외로움. '모든 것이 꿈이었네'라 결국 지나가버리고 마는 회한.

챠브(CHAB)와 코테츠 토루의 두가지 믹스 버전이 있다.
챠브의 믹스는 '선명한 해상도로 모든 부분이 향상된 음악'이다. 코테츠 토루 버전은 '과거 최고의 고급 텔레비전으로 담아놓은 아기자기한 음악'이라 설명하겠다. 196-70년대에 나온 브라운관 텔레비전인데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기계로 비유하면 맞겠다. 좁은 화면에 완전히 몰입하는 느낌이 든다. 큰 소리에 집중하는 요즘 믹스와는 다르다. 중음역대 멜로디와 코드, 세세한 소리가 예쁘게 잘 다듬어져 있다.

[뽕]을 듣는 이들에게 추가로 추천하는 작품은?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이박사의 [서울깜빡이]다. 이은하의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완벽한 곡이라 생각한다. 이박사는 뽕짝 그 자체다. 김수일의 환상적인 연주와 이박사의 보컬 퍼포먼스에 집중해 들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뽕]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앨범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뽕]에는 250이라는 인간 그 자체의 면모와 뽕을 찾아다녔던 시기의 250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히 뽕짝의 요소를 모아 전시한 작품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 제작 방식에 따라 선택하여 만든, 개인적인 앨범이다. 각자의 기억 속 작은 흔적으로라도 남아있는 뽕의 정서를 일깨우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한 번 시도해보실 만한 작품이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