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결산] 올해의 가요 앨범 20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가요 앨범을 소개합니다.
제너레이트 연말결산을 소개합니다. 케이팝, 가요, 해외 총 3개 부문으로, 앨범과 노래 각 20개를 골랐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무관합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가요를 소개합니다. 올해의 가요 노래 20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이언티, ‘Zip’
특정 장르에 가둬놓을 수 없는 스탠다드 프렌즈 레이블과 자이언티의 팔방미인격 매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작품이다. 슬롬, 피셔맨, 피제이 등 실력자들과 국내외 최정상 레코딩 및 마스터를 거쳐 세상에 나온 '웰메이드 팝 앨범.
실리카겔, ‘POWER ANDRE 99’
머신보이 세계관의 완결, 실리카겔 중흥기의 상징. 짜임새 있는 서사와 곡 배치를 통해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규격 청취를 강요했던 야심작. 작품 전체로도, 다양한 싱글의 파괴력으로도 전성기에 오른 그룹의 창작력을 짐작할 수 있다.
포포모, ‘PoPoMo’
여유로운 신구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앨범이다. 차분하고도 편안하게 일상으로 파고드는 듀오의 넘실대는 그루브가 일품이다. 애시드 재즈, 펑크(Funk), 소울 등 다양한 장르 위 진보와 허쉬가 목소리를 주고받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아치, ‘here, this is happening (Soundtrack)’
아치(archie)가 발표한 정규 앨범 ‘here, this is happening’은 한국 인디의 앰비언트 및 슈게이징 경향과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1990년대 가요의 세련된 작법을 고루 갖춘 수작이다. khc, 오미일곱, 파란노을 등 한국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의 일관된 작법 가운데 Ohhu 레이블의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이프가 돋보인다.
사비나 앤 드론즈, ‘Lasha’
고독한 순례의 길을 떠나는 모든 이들을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소중히 골라놓은 '라샤'의 노래가 아름답다. 엄숙한 메시지부터 편안한 일상의 가요까지 호흡을 조절하는 앨범 구성도 탁월하다.
존 박, ‘Psst!’
재즈 / 알앤비 / 소울 장르를 주축삼아 허스키한 보컬 톤으로 노래하며 향후 음악 커리어에 대한 기대를 드높였다. 웰메이드 팝 앨범이라는 수식에 단 하나도 모자라지 않는 수작이다. 특히 앨범의 장르 음악적 성향은 뜨거웠던 2024년 한국 알앤비 시장의 흐름을 대표한다.
이승윤, ‘역성’
자유자재로 어휘를 다루는 싱어송라이터가 음악으로 꿈꾸는 역성혁명. 짧은 콘텐츠와 속도감, 소셜 미디어의 휘발성 정보 전달이 대세인 세태에 반기를 들고 긴 호흡의 대곡 편성을 호기롭게 선보인다. 뜨거운 열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 부조리에 맞서 음표로 견고하게 지어올린 저항군의 주둔지였다.
윤석철 트리오,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 재즈계의 든든한 스리백. 여름이라는 계절 아래 연상되는 다양한 소재를 키워드 삼아 오늘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가 재치있는 아이디어의 재즈 연주로 싱그럽게 펼쳐진다. 우리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
비프리 & 허키 시바세키, '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
타협하지 않는 래퍼와 현재 가장 주가를 높이고 있는 프로듀서가 만났다. 고정관념, 상식, 다수의 논리로 너무 쉽게 상대를 재단하는 극단의 사회 가운데 떳떳한 소신을 밝히는 비프리의 랩은 잊고 있던 황금률의 가치를 매섭게 가르친다. 그런 비프리의 '금고를 터는' 허키 시바세키의 프로듀싱은 모든 곡을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만들어준다.
오코예,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
프로듀서 오투와 이쿄의 오코예는 혼란스러운 현실을 휘몰아치는 상념으로 정면돌파한다. 재즈의 즉흥 연주를 연상케 하는 잘 정돈된 혼돈의 소리 위 또 하루를 살아나가는 청춘의 표상이 담겼다.
수민 & 슬롬, ‘Miniseries 2’
치밀한 통속성의 미니시리즈 속편은 정규 편성을 촉구할만큼 훌륭했다. 누구보다 서로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만능 음악가 두명이 스스로 1보컬 1DJ의 통제구역을 설정하여 완벽한 분업화에 성공했다. 한국대중음악 속 '가요'의 역사와 브라질 대중음악에 대한 두 음악가의 최근 깊은 관심이 더해져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팝 앨범을 완성했다. 요즘 시대에 정말 찾기 힘든, 잘 만든 '보편적인 노래' 모음집이다.
김수철, ‘김수철 45주년 기념 앨범 너는 어디에’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과업을 완수한 작은 거인이 다시 기타를 잡고 지글거리는 로큰롤의 용암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뛰어난 송라이터, 유쾌한 대중가수까지 시간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실존을 묻는 거장의 불호령이었다.
크리스탈 티, ‘하이스쿨 뮤지컬’
대상화, 보정, 생략없는 레트로는 즐겁다. 2000년대가 추억의 시대로 소환되는 오늘날, 10대의 유치찬란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꾸밈없이 담아낸 크리스탈 티의 록 앨범은 투명하고 솔직했다. 10년 전 발표작과 조화를 이루는 2024년의 노래들을 들으며 너무 일찍이 과거를 그리워했던 음악가의 심경에 공감했다.
모허, ‘만화경’
폐허를 의미하는 팀 이름과는 완전히 다른, 예측불가능하고 풍부한 소리의 파도가 친다. 눈을 가져다대어야 화려하게 빛나는 문양을 관찰할 수 있는 만화경처럼, 모허의 음악도 귀를 기울여 잔잔히 들을때 깊이 들어온다. 조민규와 이소가 제주에서 다듬어 낸 코리안 아이리시 사이키델릭 포크 앨범이다.
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긍정하면서 나아가려 하는 베테랑 인디 음악가의 새로운 밴드 조직체는 생존과 투쟁 끝에 써내려간 인간 찬가다.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모든 행위를 위해 견뎌나가고자 하는 고된 삶의 흔적이 앨범 곳곳에 우아하고도 처절하게 새겨져있다. '오늘보다 더 기쁜 날은 남은 생에 많지 않을 것이다'의 아름다움과 '음악만세'의 열정을 들으며 오늘도 우리는 낙관할 수 없는 세계로 걸어들어간다.
미역수염, ‘2’
더욱 커다란 우주를 그려나가는 미역수염의 야심찬 두번째 정규 앨범이다. 메탈, 하드코어, 포스트록, 포스트 펑크를 포용하여 겹겹이 쌓아올린 소리가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솟아오른다. 거대한 구조의 곡과 큰 야심을 지향하는 앨범에 몰입하게끔 돕는 간결한 노래 구성 및 멜로디는 진화하는 밴드의 상징이다.
소음발광, ‘불과 빛’
끈덕지게 늘러붙어버린 기름때처럼 처절하게 응어리진 분노와 고통이 찬연히 불타오르며 끝끝내 감히 눈뜰수 없는 빛을 내뿜는다. 부서지고 피흘린 끝에 거머쥐는 희망이 소음발광의 '불과 빛'에 있다.
CIFIKA, ‘Bonfire’
연결과 수용이라는 주제의식은 한결 유연하고 여유로워진 시피카의 연륜을 상징한다. 동료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온기를 쬐며, 때로는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도 하며, 결코 꺼지지 않는 음악의 불길 앞에서 벌이는 흥겨운 의식.
가리온, ‘가리온3’
한 나라의 장르 음악 시장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의 증언은 귀하다. 여전히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체스판에서 음악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가리온의 연륜이 빈티지한 비트와 프로듀싱 위에서 빛난다. 딥플로우, 프레디 카소, 그리고 영광의 형제들과 함께.
브로콜리 너마저,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비관적인 미래는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아나갈 소소하고도 강력한 동기가 된다. 더욱 담백해진 브로콜리 너마저의 차분한 앨범은 스트레스 가득한 삶을 꾹꾹 눌러 헹궈낸다. 세상이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보편적인 음악은 쓸모를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