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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결산] 올해의 케이팝 앨범 20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케이팝을 소개합니다.

김도헌
김도헌
- 12분 걸림

제너레이트 연말결산을 소개합니다. 케이팝, 가요, 해외 총 3개 부문으로, 앨범과 노래 각 20개를 골랐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무관합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케이팝을 소개합니다. 올해의 케이팝 노래 20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엔믹스, 'Fe3O4: BREAK'

믹스팝이라는 브랜드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은 살리고 음악적 형식에 대한 강박은 덜어냈다. 멤버 전원 줄충한 가창을 자랑하는 멤버들의 능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시도부터 트렌드 최전선에 위치한 팝까지 넓은 팔레트를 자랑한다. 라틴 트랩, UK 개러지, 컨트리, 저지 클럽 등 2024년의 케이팝 앨범 중 가장 다채로운 시도가 빛났던 앨범이다.

ENHYPEN, 'DARK MOON SPECIAL ALBUM <MEMORABILIA>'

세계관에 대한 의문과 이지 리스닝의 강박 가운데 잘 다듬어진 IP가 그룹을 도왔다. 타협 없이 '다크문'의 서사를 바탕으로 뽑아낸 노래가 뱀파이어 기사 엔하이픈에게로의 몰입을 강요한다. 록 발라드 'Fatal trouble'의 통속성과 실험적인 퐁크(Phonk) 곡 'Teeth'가 공존하는 지점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IVE , 'IVE SWITCH'

아이브는 대외적 인기 때문에 음악적 완성도에서 저평가받는 그룹이다. 앨범 제목에서 이야기하듯 아이브는 앨범에서 케이팝의 고정관념을 전환하여 제시한다. 주톤스(Zutons)의 'Pressure Point'를 떠올리게 하는 '해야'로 'Rising Sun'의 여성 중심적 재해석을, 'Accendio'를 통해 많은 그룹이 어려움을 겪었던 유치하지 않은 마법소녀와 마녀의 서사를 성공적으로 의식한 성과가 돋보인다. 'Blue Heart'는 올해의 싱글을 넘어 그룹 최고의 곡으로 손꼽을 만하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Troubleshooting'

케이팝과 밴드의 장점만을 가져와 성장중인 엑스티너리 히어로즈의 첫 정규 앨범은 JYP엔터테인먼트의 록 프로젝트가 탄탄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참여한 작곡가들에 따라 곡의 개성이 크게 달라지는 지점이 재미있다. 이우민의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과 'Undefined'는 자사의 타 아이돌 그룹이 불러도 이질감 없을 멜로디를, 카디의 황린이 참여한 두 곡에서는 선명한 노선의 록 페스티벌 앤섬을, 홍지상이 힘을 보탠 '꿈꾸는 그녀'와 '불꽃놀이의 밤'은 패기로 가득한 그룹에 데이식스의 성공을 이끈 공감과 감성을 담는다

Tomorrow X Together, 'minisode 3: TOMORROW'

거대한 세계, 가슴벅차는 표어, 커다란 주제 의식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각자의 구원을 바라게 된 세계 속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건넨 아름다운 작별 인사. 서사의 전환을 알리는 미니소드 시리즈는 매번 만족감이 높았지만, 이번 세 번째 미니소드는 그룹의 시작과 오늘날을 기억하는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한 시대가 막을 내려도, 마법이 사라진대도, 함께했던 모든 기억은 데자뷔처럼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이 탄탄한 음악과 호소력 있는 노랫말로 완성됐다. 2024년 최고의 곡 중 하나인 'I'll see you there tomorrow'와 더불어 모든 곡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장점만을 갖추고 있다.

tripleS, 'ASSEMBLE24'

‘Girls Never Die'와 함께 마침내 24명 완전체로 등장한 트리플에스는 정병기 디렉터의 지휘 아래 이달의소녀를 기억하는 팬들부터 그룹의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이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투표로 지정되는 타이틀곡 정책은 다양한 테마와 준수한 완성도를 갖춘 음악을 수록하며 다인원 그룹의 개성을 여러 방면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케플러, 'Kep1going On'

9인조 체제의 마지막을 커리어하이 앨범으로 장식했다. 천문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었음을 증명하는 작명은 'WA DA DA' 이후 단편적인 활용에 그쳤으나,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신비로운 신스팝의 결실을 보았다. 고요의 바다를 초음속으로 항해하는 듯한 'Shooting Star'와 신비로운 'Flowers, Flutter, Your heart', 뉴잭스윙 'PROBLEM'과 R&B곡 'Dear Diray'까지 우주적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한다.

TWICE, 'With You-th'

‘러블리’ 트와이스와 '팬시' 트와이스 가운데 후자의 정점을 장식한 앨범이다. 아홉 멤버들이 하나로 모여 역경을 뚫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트와이스의 그룹 정체성이 앨범에 압축되어 있다. 정연이 작사한 'Bloom'에 이어 다 같이 하나로 거듭나는 'YOU GET ME'까지의 앨범 후반부 서사가 마음에 와닿는다. 'ONE SPARK'의 리믹스 앨범 중 레이브 버전의 재해석은 원곡의 속도감을 보강하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aespa, 'Whiplash’

'Armageddon' 앨범을 보강하며 에스파를 한 해의 강자로 만든 앨범이다. 건조한 테크 하우스 타이틀 'Whiplash'를 선두로 하여 날카로운 '쇠 맛'의 싱글 'Kill It'과 카리나의 솔로곡 'UP'의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는 'Pink Hoodie', 몽환적인 R&B 싱글 'Flights, Not Feelings'까지 에스파의 보컬이 포용할 수 있는 전체의 음악을 선보였다.

DAY6, 'FOUREVER'

4인조 데이식스의 출발을 알리는 복귀작은 케이팝의 경계를 넘어 한 해를 강타한 대중가요의 지위를 획득했다. 홍지상과 함께 다듬어간 역설의 스토리텔링을 더욱 단순하게 다듬고, 덜어낸 자리에는 제대 후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가득 채웠다. 각자의 솔로 앨범에서 보였던 빈틈이 성진, 원필, 영케이의 보컬 조화를 이루며 메워진 것이 가장 큰 성공의 요인. 'Welcome To The Show'와 'Happy'의 쌍끌이 히트곡과 더불어 앨범을 마무리하는 서정적인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도 주목할 만하다.

YVES, 'I Did'

14분가량의 다섯 곡으로 케이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캐롤라인 폴라첵과 찰리 XCX 등 PC뮤직의 뮤즈들이 선보일법한 음악을 과감하게 가져온 'Viola'를 필두로 컨템퍼러리 R&B 장르의 'Tik Tok'과 'DIM' 등은 PAIX PER MIL 기획사의 음악 취향과 방향을 투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NCT 127, 'WALK'

노련한 NCT 127이 공백기를 사뿐사뿐 걸어 통과한다. 그룹의 커리어 중 가장 힙합의 색채가 짙은 작품으로, '삐그덕'과 'No Clue', '오렌지색 물감' 까지 이어지는 전반부 전개와 더불어 더티 베이스 장르의 'Pricey'와 빈티지한 네오 소울 트랙 'Rain Drop'은 알앤비 신규 레이블을 설립한 기획사의 현재 방향을 상징한다. 랩을 주무기 삼아 등장했던 프로젝트의 시작을 돌아보며 오늘날 굳건히 우뚝 선 그룹의 성숙한 면모가 옹골차게 들어찬 작품이다.

플레이브, 'ASTERUM : 134-1'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화제 아래 그룹 스스로 써 내려간 노랫말과 멜로디의 힘이 강력하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중간 지대 '아스테룸'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은 실존의 개념에 거듭 의문을 던지며 영원히 함께하는 시공간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설파한다. '거짓말이라도 믿을게'라는 확신의 'WAY 4 LUV'를 필두로 한 여섯 곡은 재치 있고 또 진실하게 아바타 뒤 노래하는 인간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낸다.

BOYNEXTDOOR, '19.99'

하이브 산하 레이블 보이그룹 가운데 가장 캐주얼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보이넥스트도어는 소년과 어른의 경계선 '19.99'에서 재기발랄한 콘셉트로 십 대의 고민을 정직하게 담아냈다. 부모의 제어에서 벗어나지 않은 현실을 투영하며 과장되지 않은 일탈을 꿈꾸는 전반부부터 어설픈 흉내를 내보는 타이틀곡 'Nice Guy'와 차분한 마무리까지 흐름이 자연스럽다. 나이를 표방하는 작품 가운데 나이에 진실한 작품은 의외로 찾기 어렵다.

아르테미스(ARTMS), ‘< DALL >’

'Virtual Angel'의 신드롬과 함께 내놓은 이 정규 앨범으로 아르테미스는 이달의 소녀를 순조롭게 계승했다. 우주, 초자연, 가상, 우연을 빚어 현실을 그리는 작품은 이달의 소녀 데뷔 전 프로젝트 싱글의 샘플링을 통해 다시 조립된 휴머노이드 소녀들이 새로운 그룹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미지와의 조우를 기다리는 떨림부터 'Butterfly'의 감동을 환기하는 'Butterfly Effect'까지 프로젝트의 생명력을 증명한 작품이다.

리센느, 'SCENEDROME'

미스터리한 세계로의 초대장 'Lucky You'에 이어지는 'LOVE ATTACK' 단 두 곡으로 그룹을 각인했다. 간결한 디스코 팝 연주로 출발해 후렴 부분에서 유니즌 코러스를 연상케 하는 짙은 리버브와 두꺼운 신스 리프 및 디스토션 기타의 강렬한 연주가 흥미로운 완급조절을 통해 매혹적인 최면을 건다. 후킹한 R&B 싱글 'Pinball'의 매력도 훌륭하다.

빌리, 'Appendix: Of All We Have Lost'

정사(正史)보다 더 흥미로운 부록. 세계관의 무게감을 한 꺼풀 덜어내고 선명한 주제 의식 아래 명료한 접근이 문턱을 낮췄다. 반면 앨범의 접근 방식은 전자 음악이나 힙합 대신 밴드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브컬처 신에서 이름을 알린 작곡가 이노픽스(INFX)의 작품 '기억사탕'과 펑크(Funk)와 재즈를 결합한 'trampoline', 그루비한 뉴질스윙 곡 'Bluerose' 등 여러 부분에서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음악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하는 문법이 들렸다.

도영, '청춘의 포말'

‘한국인이 사랑하는 제이팝'이 가시화되고 수많은 밴드의 레퍼런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가장 큰 만족을 주었던 앨범이었다. 도영의 티 없이 맑고도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만으로 '청춘의 포말'이라는 앨범의 주제는 일찌감치 완성되었다. 래드윔프스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반부의 곡도 만족스럽지만, 구름이 참여한 '나의 바다에게'와 마크가 노랫말을 맡은 'Time Machine', 흔치 않은 켄지의 록 트랙 '댈러스 러브 필드' 등 전체적인 곡의 완성도가 높다.

Key, 'Pleasure Shop'

각자 선명한 솔로 궤적을 그리고 있는 샤이니 멤버들 가운데 지난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키의 세 번째 미니 앨범이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스스로 의인화하여 음악 세계로 뛰어드는 키의 콘셉트를 도회적인 하우스 중심의 음악이 보좌하고 있다. 기계적인 'Overthink'와 혼란스러운 심경을 어지러운 잔향의 소리로 표현한 'Going up'은 하이라이트다.

EVENN, 'Ride or Die'

반항아들의 센티멘털한 변신. 그룹의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주제 의식을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결합하여 청량하게 풀어낸 'Badder love'부터 독특한 아이디어의 'I < 3 U', 케이팝 보이그룹의 드럼 앤 베이스 활용 곡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 'XO'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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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