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결산] 올해의 케이팝 노래 20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케이팝을 소개합니다.
제너레이트 연말결산을 소개합니다. 케이팝, 가요, 해외 총 3개 부문으로, 앨범과 노래 각 20개를 골랐습니다. 순서와 순위는 무관합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케이팝을 소개합니다. 올해의 케이팝 앨범 20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엔믹스, ‘Dash’
미묘한 평가를 뒤집을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보드게임을 연상케 하는 테크 스릴러 세계 속 미지의 탐험을 떠나는 서사의 뚝심이 엔믹스표 '메이즈 러너' 테마곡을 완성했다. 체인지업이라는 변화구에 얽매이지 않아도 우직하게 내리꽂는 직구의 회전수가 뛰어났다. 자유자재로 곡 내에서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그룹의 장점만이 부각된 곡이다.
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평범한 일상도 주저하고 마는 Z세대에게 사랑에 매몰된 청량은 식상하다. 눈치 사회 속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라 선언하며 가요계에 등장한 투어스는 놓치기 쉬운 일상 속 사소한 어려움을 포착해 기억에 남는 첫인사를 건넸다. 수줍은 세븐틴, 쭈뼛거리는 보이넥스트도어. 특별한 마법이 없어도 우리의 삶은 어찌나 분주한지.
(여자)아이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몰입하는 개인의 취향을 듬뿍 담은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를 그룹의 두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보편성과 거리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예측은 기분 좋게 틀렸다. 팬데믹 이후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한국 내 일본 문화, 특히 밴드 기반의 제이팝 흥행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는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던 메가 히트곡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제이팝 유행을 체감케 했던 곡이다.
트와이스, ‘ONE SPARK’
세계로 나아가는 그룹의 오늘날을 자축하는 듯 자신만만한 트와이스의 오늘날을 상징하는 곡이 탄생했다. 저돌적인 드럼 앤 베이스 트랙 위 끝없는 열정을 노래하는 트와이스의 앤섬이 'I Can't Stop Me'와 'Set Me Free'에 이어 화려한 결실을 본다.
DAY6 ‘Welcome to the show’
'단 여덟 마디, 높이 상승하였다가 점진적으로 하강하는 핵심 선율 하나를 중심으로 곡을 밀어붙인다. 번잡한 고민은 필요치 않다. 사회로 돌아와 새로운 출발을 앞둔 그룹의 떨림, 설렘, 두근거림, 그리고 용기만으로도 충분하다. 후렴부 가사를 덜어내고 합창을 유도하는 부분까지 목적이 명확하다. 멤버들은 힘차게 노래한다. 모두가 힘차게 노래한다. 합창의 아름다움을 일깨운 데이식스의 'Welcome To The Show'는 갈라진 취향의 시대에 흔치 않은 '합창곡'이었다.
Kiss of Life, ‘Sticky’
'아프로비츠와 아마피아노의 전 세계적 흥행 가운데 미국에서 팝의 영역으로 진입한 아마피아노의 사례를 케이팝에 모범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등장했다. 멤버 구성부터 음악 지향까지 현재 미국에서 흥행하는 음악 양식을 가져와 다듬어내는 키스 오브 라이프의 섬머송은 아프로비츠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아주 강렬했다.
아일릿(ILLIT), ‘Magnetic’
나문희의 첫사랑'으로 한국에서도 존재를 알게 된 틱톡 발(發) 전자음악의 아이디어에 애틀랜타 베이스에 플러그앤비를 더한 아일릿은 '과몰입'이라는 주제의식과 함께 너무도 2024년 다운 데뷔곡을 내놓았다. 곡의 모든 요소가 모바일 환경에서의 콘텐츠 재확산을 겨냥하고 있으며, 짧은 동영상의 시대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로 비춘 듯한 노래는 아무런 보정 없이 일상 속 욕망을 투영하는 바람에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여러 의미로 '슈퍼 리얼한' 2024년의 문제작이다.
NewJeans, ‘Supernatural’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케이팝 그룹은 한국에서의 히트곡을 현지에 맞춰 번안한 결과물로 첫선을 보인다. 이미 강력한 신드롬을 일으킨 뉴진스에는 이런 공식조차 거추장스러웠다. 퍼렐 윌리엄스가 일본에서 선보였던 곡에서 힌트를 얻어 가공한 뉴잭스윙 곡 'Supernatural'은 시공간과 국경을 넘어 쪼개지는 사회에 '좋았던 과거'의 안식처를 제공했다. 일본에서 이미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뉴진스의 최면술은 강력했다.
QWER, '고민중독'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정공법이었다. 명확한 레퍼런스, 명확한 소비층, 명확한 기획 좌표를 설정한 '고민중독'의 탄환은 서브컬처의 순풍을 타고 대중가요의 심리적 방어선을 꿰뚫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가짜 아이돌'이라는 핸디캡에도 이 노래는 쟁쟁한 케이팝 후보들을 제치고 2024년 유튜브 뮤직 한국 최고 인기곡의 영예를 안았다. 밴드의 음악을 담당하는 프리즘필터 그룹의 재능은 예나의 '네모네모'와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I LOVE YOU'로 이어지며 케이팝에 제이팝의 감성을 이식했다.
라이즈(RIIZE), ‘Boom Boom Bass’
'우리는 음악을 만든다'는 노랫말이 담보하는 자신감. 악기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는 'Boom Boom Bass'로 라이즈는 'Impossible'의 실험과 'Siren'의 데뷔 임팩트를 넘어 성장하는 그룹의 이미지를 각인했다. 감각적인 디스코 리프와 넘실대는 베이스 리프는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0년의 역사 동안 절대 놓지 않았던 재즈-소울-알앤비에 대한 깊은 내공이 있기에 가능했다.
트리플에스, 'Girls Never Die'
24명 다인원의 '다시 해보자'는 힘이 셌다. 'Generation'과 'Rising'에서 예고한 '라라라'의 힘도 셌다. 지구를 넘어 우주를 향한 상상까지 넘봤던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의 정신은 동아시아,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로 무대를 좁혀 강력한 공감을 이끌었다. 절대 죽지 않는 소녀들의 다짐은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에 맞서 일상을 지켜나가는 여성들을 울렸다. 불확실한 그룹의 미래도, 기획사에 대한 의구심도 이 노래 앞에서는 모두 작아졌다.
aespa, 'Supernova’
'에스파가 천상에서 추락해 우리 앞에 불현듯 강림했다. 세단 한 대를 박살 내며 등장한 카리나와 함께 등장한 윈터, 지젤, 닝닝은 흥미진진한 모험이 기다리는 가상의 세상을 등지고, 현실로 통하는 차원문을 찢고 들어와 비범하고 두려운 존재의 위상을 만끽한다. 불길한 일렉트로클래시 장르 위 의미심장한 문장을 읊조리는 멤버들은 '쇠 맛'과 '광야'의 뒤틀린 혼종처럼 들린다. 그들은 답을 구하러 왔다. '원초 그걸 찾아', '우린 어디서 왔나'를 반복한다. 일렉트로클래시를 거슬러 올라가 아프리카 밤바타의 'Planet Rock'에 닿는 곡의 구조가 에스파의 시간 역주행을 충실히 뒷받침한다. 'Supernova'는 SMCU의 아이디어를 비틀어 공표한 새로운 자아를 통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2024년의 오늘날을 대표했다.
스테이씨, 'GPT'
스테이씨는 예상치 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재치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우아한 동화 속 배경에서 미지의 기계 문명을 조우한 스테이씨의 'GPT'는 몽환적인 프렌치 하우스 비트 위 인공지능과의 어색한 공존을 준비하는 인류의 의존하고 싶은 마음과 경계심을 경쾌하게 풀어낸다. 그룹이 사랑을 고백하는 대상이 휴대폰 메시지 너머의 상대방인지, 혹은 휴대폰과 그 기술, 그리고 운영체제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안온하고도 불길한 러브송.
레드벨벳, 'Cosmic'
데뷔 10주년을 맞은 레드벨벳의 세계는 매혹스러운 빛을 잃을 줄 모른다. 'Cosmic'이 들려주는 해가 지지 않는 동화 속 세상은 외로운 영혼들의 안식처이자, 영원히 안녕을 고할 수 없는 멈춰버린 시공간이다. 영화 '미드소마'의 레퍼런스가 선명한 뮤직비디오로 너무 쉽게 정답을 알려주며 흥미가 반감되었지만, 서늘하고 낯선 이 감각은 레드벨벳만이 가능함을 증하는 데는 노래만으로도 충분했다.
H1-Key, '뜨거워지자'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성공을 함께한 홍지상에게 작사와 작곡을 모두 맡겼다. 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의 '뚫고 지나가요'가 연상되는 박자 위 솔직한 관계의 일신을 원하는 메시지가 두드러진다. 당찬 메시지로 중무장했지만, '모든 게 나쁜 기억이 될지라도 그게 더 나아'라는 노랫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은 결단 아래의 연약한 자아가 노래의 진짜 핵심이다.
ARTMS, 'Virtual Angel'
광과민성 발작을 불러일으킬 듯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새로이 태어난 달의 정령들은 K팝이 피상적으로 소비했던 마법 소녀의 개념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한다. 인터넷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가상의 천사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다.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손 내밀어 잡을 수 없는 스크린 속 아이돌로부터 영감을 얻어 구현한 신비로운 신스팝의 매혹.
82Major, '촉 (Chock)'
군더더기 없다. 세련됐다. 기시감이 없다. 밀릭과 신세인이 힘을 보탠 힙합곡은 간결하게 핵심만을 전달한다. 뻔하지만 쉽지 않아 많은 보이 그룹이 고배를 마시는 오늘날 82메이저는 비범한 앙팡테리블의 '촉'을 들려줬다. '촉'과 '혀끝'에서 선보인 탁월한 미적 감각은 그레이트엠엔터테인먼트가 자사 그룹 멤버들의 개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부각하는 성공 전략을 확실히 숙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츄, ‘Strawberry Rush'
'Heart Attack'의 츄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올해 케이팝 신에 쏟아진 우주적 상상력과 현실 도피의 메시지 가운데 'Strawberry Rush'의 탁월함을 일찌감치 눈치챘을 것이다. 쾌활한 아티스트의 개성을 클리셰에 매몰되지 않은 차분한 신스팝으로 정돈한 곡이 서브컬처의 터치와 더불어 츄의 음악 솔로 경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Young Posse, 'XXL'
더블엑셀(XXL) 매거진의 이름과 서태지와 아이들 (혹은 사이프레스 힐)을 주저하지 않고 가져온 영파씨의 음악은 레트로에 매몰되는 대신 좀체 무슨 메시지인지 알 수 없는 엉뚱한 세계관의 노랫말과 벤 프루 감독의 기상천외한 뮤직비디오로 생명력을 얻었다. 기성세대에게는 마냥 귀엽고, 장르 팬들에게는 '국힙 딸래미'의 칭호를 얻었다. 힙합의 역사를 훑어 모두 선보일 기세의 영파씨에게 'XXL'은 스스로 잡지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함을 보인 노래였다.
KATSEYE, 'Touch'
핑크팬서리스와 아이스 스파이스의 'Boys a liar pt.2', 켄야 그레이스의 'Stranger'로 베드룸-UK개러지의 시대는 끝나는 줄 알았다. 캣츠아이의 'Touch'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현지화 케이팝 그룹이 가져가는 '케이팝스러움'을 최대한 줄이고 팝 그 자체가 되고자 총력을 기울이는 캣츠아이는 케이팝에서 '케이'를 떼고자 하는 현 하이브의 궁극적인 이상향이다.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와 'Touch'에서 그 예측이 마냥 허황된 사대주의 프로젝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