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H1-KEY (하이키) 'Rose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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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홍지상의 2010년대 커리어는 눈물 삼키는 20대의 힘찬 다짐으로 요약된다. 그는 기획사의 자유로운 밴드 프로젝트 데이식스의 커리어를 함께하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의 여러 순간을 찬란한 열정과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작법을 익혔다. 데이식스의 성공은 권진아의 이별 노래 '그날 밤', 전 소속사와의 갈등을 딛고 자유로운 창작가로 날아오른 CL의 독립가 'Let It' 등으로 이어졌고, 새 시대 음악 작가로의 가능성을 펼친 원필과 영케이의 솔로 앨범을 함께했다.
홍지상이 곡을 만들고 데이식스 영케이가 가사를 쓴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상당한 경력과 지지를 확보한 데이식스 문법이 케이팝 걸그룹에도 훌륭히 적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사실 데뷔 1주년을 맞은 신인 그룹 하이키에게는 희망보다 역경이 더 많았다. 에슬레저 룩 유행에 뒤늦게 올라탄 데뷔곡 'Athletic Girl'과 후속 싱글 'RUN'은 빠르게 잊혔고, 데뷔와 동시에 태국인 멤버 시탈라가 논란 끝에 탈퇴하며 새 멤버 휘서를 받아들였다.
짧지만 다사다난했던 그룹의 가시밭길에서 영케이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떠올렸다. 대형 기획사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좀체 살아남을 수 없고, 예쁘지 않은 꽃은 잘라내지고 혹여나 시들기라도 하면 잘라내어 지는 가혹한 케이팝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도 성공을 위한 열망, 화려한 무대를 위한 꿈은 아름답다. 홍지상의 은은한 신스팝 탑라인과 함께 하이키는 '지켜주고 싶은 꿈'을 노래하는 그룹이 된다. 뮤직비디오 조회수 천만회를 돌파한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에서 B1A4 진영이 프로듀스 101 시즌1의 피날레를 장식한 '벚꽃이 지면'과 같은 궤의 감동을 받는다.
태국 유명 아티스트 타차야의 참여로 빛나는 'Crown Jewel'을 낳았다. 태국 전통 악기 라나트와 자케 세션에 대금과 꽹과리를 더한 협업으로, 케이팝이 동남아시아를 이미지로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룹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곡이다. 감각적인 드랍이 중독을 담보하는 톱 트랙 'Ring the Alarm'과 데뷔 싱글의 에너제틱한 면모를 담아낸 팬송 'You Are My Key'와 우주소녀 엑시와 파트너 메이크케이크36 (MAKECAKE36)의 'Dream Trip'도 매력적이다.
추천곡 :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Crown Jew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