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승윤, ‘꿈의 거처’
꿈의 거처를 향해 거대한 닻을 올린 이승윤은 순풍을 만나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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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이승윤이 웃으며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네가 왜 나와 '에서 '네'를 담당하는 이승윤입니다.".
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리며 견고한 팬덤을 확보한 이승윤은 로커다. 10년 전 대학가요제 출전 때도 그랬고, 기나긴 무명의 시간과 알라리깡숑의 보컬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그랬으며, 마음속 품었던 노래를 솔로 이름으로 내놓을 수 있는 지금도 그렇다. 노래마다 선명한 기승전결의 서사를 두고 대곡을 지향한 2021년의 야심 가득한 새 출발 '폐허가 된다 해도'로 호평받은 이승윤은 두 번째 정규 앨범 '꿈의 거처'로 훨씬 드세면서도 유연한 음악을 통해 제약 없는 자유로운 상상과 야심을 펼쳐 보인다.
이승윤의 음악에는 다양한 록의 시대가 살아 숨 쉰다. 오아시스의 'Wonderwall' 풍의 인트로를 담은 '영웅 수집가', 버브의 음악을 떠올리게 되는 '웃어주었어'는 오션 컬러 신의 음악처럼 규모를 키우는 브릿팝 스타일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픽시스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비싼 숙취', 잠비나이 이일우가 참여한 '야생마'와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출발하는 록 발라드 '기도보다 아프게', 아일랜드 포크 음악을 더한 마지막 곡 '한 모금의 노래'는 후반부 스트링 세션을 첨가한 대곡이다.
그렇다고 이승윤이 과거만 참조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네온 트리스(Neon Trees), 워크 더 문(Walk The Moon) 등 팝 밴드와 솔로 커리어 직전 알라리깡숑의 스타일을 닮은 '누구누구누구'에서 경쾌한 리프 위 재치 있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서정적인 팝 록 위 이승윤 스타일의 사랑 고백을 얹은 '꿈의 거처'로는 콜드플레이의 'Magic'에 거센소리를 쌓아 올리며 긍정의 힘을 전달한다.
문어체 중심의 가사는 단점이다. 익숙지 않은 표현과 낯선 단어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충돌하며 몰입을 어렵게 만든다. 담담한 어투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1995년 여름'의 가치가 높은 이유다.
그럼에도 꿈의 거처를 향해 거대한 닻을 올린 이승윤은 순풍을 만나 항해 중이다. 이승윤은 풍성한 음악 팔레트로부터 연약하다가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거친 에너지를 토하는 가창에 맞는 색을 골라 자신의 세계를 완성한다. 어딘가에도 얽매이지 않고 후련하게 완성한 앨범은 장대하고 화려하면서 역동적이다. 준비된 로커 이승윤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단단히 잡아 성장하고 있다.
추천곡 : '누구누구누구', '1995년 여름', '야생마', '비싼 숙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