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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ower Station : Review, Column, Interview, etc

텐-피트(10-FEET) 인터뷰

"베테랑이 되어가는 것은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함정에 노출되는 과정"

황선업
황선업
- 28분 걸림

애니메이션 < THE FIRST SLAM DUNK >의 기세가 상상 이상으로 매섭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관객수는 약 450만명에 육박했으며, 기존 팬 뿐만 아니라 신규 마니아들의 대거 유입이 새로운 ‘슬램덩크 세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드롬은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연출한 영상미가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으나,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해 카타르시스를 배가하는 역동적인 사운드트랙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두 곡의 주제가 중에서도, 러닝타임 후반 송태섭이 두명의 수비를 뚫고 나오는 순간 강렬한 기타리프와 EDM 소스를 동반해 터져나오는 ‘第ゼロ感’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주제곡을 담당한 3인조 밴드 텐-피트(10-FEET)는 일본 록 신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이자 중진이며, 동시에 현재진행형 레전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매년 수많은 라이브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매년 고향인 교토에서 < 교토다이사쿠센(京都大作戦 ) >이라는 이름에 페스티벌을 개최해 많은 록 팬들을 불러모으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슬램덩크 페스티벌’을 통한 내한은 작년에 결성 25주년을 맞아 선보인 신보 < コリンズ >의 전국투어를 비롯한 빽빽한 라이브 일정 중 어렵게 시간을 낸 일정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일정으로는 2009년 내한 공연 이후 오랜만에 바다를 건너온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오랜만에 한국 방문인데, 정말 판타스틱하다”라는 말로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의 축약본이 아이디(i-D) 매거진 코리아에 업로드되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가로 돌아온 텐-피트 인터뷰
텐-피트는 내한 소감과 슬램덩크의 감독 이노우에 타케히코와의 케미스트리 그리고 교토다이사쿠센의 미래에 대해 밝혔다.


2009년 내한공연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을 방문하신 소감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타쿠마 : 아, 판타스틱입니다.(웃음) (어떤 점이 그러하냐고 묻자) 슬램덩크 엔딩곡과 BGM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어, 여러분들이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고 계신 느낌입니다. 정말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요.

나오키 :  지난 번 왔을때와는 상황이 완전 바뀌어 있어서. (지난번) 한국 공연 당시에도 관객 분들이 와주셨었지만, 이번엔 슬램덩크의 흥행에 맞춰 방문하게 되어서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이런 상황에서 라이브하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자극적이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코이치 : 영화관에서 이렇게 연주하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어서,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하는 라이브는 어떠셨나요?

타쿠마 : 올려다 보니까, 관객들이 있었어요.(웃음) 반응도 굉장했기 때문에 잠깐 저희가 아이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라이브 이벤트와 관련해, 아리랑을 부르신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쿠마 : 아 제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서울에 왔던 적이 있어요. 제가 다니던 일본의 기타오츠 고등학교(北大津高等学校)와 자매학교로 교류하던 학교가 서울에 있는 영신고였는데요. 그 반 친구들이 모두 알고 있던 노래였는데, 저도 조금 기억하고 있어 한 번 불러봤습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 느끼셨겠지만, 한국에서 < THE FIRST SLAM DUNK >가 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주제가 ‘第ゼロ感’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체감이 되시는지요.

타쿠마 : (라이브할 때) 콜 앤드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가 엄청났기 때문에, 그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들 노래를 알고 계시는구나 싶었고요. 슬램덩크의 높은 인기 역시 관객들의 텐션과 큰 목소리,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앉아서 보고 계셨는데, 도중에 “괜찮으시면 일어나서 즐겨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난 이후의 분위기가 정말 대단했었네요.

우선 ‘第ゼロ感’이 만들어지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제작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는데, 언제쯤 어떤 경위로 의뢰받게 된 것인지, 또 얼마나 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타쿠마 : 배경음악과 주제가를 전부 완성하는 데 2년 2개월이 걸렸습니다. 배경음악 중에 ‘第ゼロ感’의 모티브가 되었던 ‘Double crutch ZERO’라는 곡이 있는데, ‘第ゼロ感’에 있는 노래파트가 영어 표기로 삽입되어 있는데요. 영화 제작팀이 2년 전부터 “그 노래가 흐르는 신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정말 기적이 일어날 거고, 명장면이 탄생할 거다” 라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영화 제작팀과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님이 그리는 이미지, 그리고 저희가 그리는 이미지와 맞춰 가는데에 있어, 그 지점을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 꽤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거쳤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을 저희가 가지고 갔을 때에도, 감독님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밴드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이처럼 감독님은 이런 음악, 저런 음악을 주문하기 보다는, 가급적 자유롭게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주셨습니다. 그 결과, 영화 제작팀과 감독님이 말씀하신 “기적,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싶다”라는 것에 조금씩 부응을 해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이와 함께 가장 빠른 스피드로, 가장 좋은 내용으로 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자유롭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구체적인 디렉션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타쿠마 : 예를 들면, 북산이 핀치에 몰린 장면과 관련해, 일단 저희가 음악을 만들어 갔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그 신이 북산에게는 위기지만, 산왕에게는 기회이기도 한 장면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한 쪽에 쏠리지 않고, 양 쪽의 이미지가 모두 들어가 있는 음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자유롭게 해달라고는 하셨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어려운데요.(웃음)

타쿠마 : 뭔가 센서티브하다고 할까요. 세세하게 지적하시지는 않는데, 크게, 그리고 어렴풋이 이런 식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철저하게 해주셨어요. 생각해보면, 저희 세 명이 만들어가는 음악에 저희만의 색을 많이 남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이 아닐까 싶네요.

가사 또한 여러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또한 OST의 쓰임에 맞게 의도된 것인지요? 머릿속으로 어떤 그림을 상상하면서 쓰게 된 가사인지 궁금합니다.

타쿠마 : 음악이(영화보다) 먼저 발표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할 때 음악이 영화의 내용을 너무 많이 포함하지 않도록, 동시에 영화가 공개 된 이후에도, 그 가사가 슬램덩크의 세계를 과도하게 그리게 되면 그 흐름에 쓸려가버리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 음악은 음악 자체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슬램덩크의 엔딩곡으로도 쓸 수 있는 가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구체성은 없지만, 이미지화 할 수 있는 가사가 이상적이라는 주문이셨고, 그 지점을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구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음악도 이번에 함께 작업하셨는데요. 가사와 노래가 없는 인스트루멘탈이기에 작업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제작된 음악들인가요?

타쿠마 : 인스트루멘탈 제작은 저희로서도 처음이었습니다. 영화의 각 장면을 음악과 매칭해 그려나가는 식의 작업은 처음인지라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요. 그래도 그 처음이라는 것의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것이 어려움이나 긴 제작기간을 잊게 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연주 측면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사가 없는 인스트루멘탈이기에 평소와는 다른 감각으로 작업에 임하시지 않으셨을까 싶은데요. 그런 점은 어떠셨는지요.

나오키 : 평소에 저희 밴드의 곡을 만드는 것과 확실히 달랐어요. 가사가 없는 곡을 제작하면서 도전적으로 임해야 했던 부분도 있었고, 여러가지 공부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창이 없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그 부분을 곡에서 모두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웠고요.

보통은 노래를 보다 잘 들리게 하는 배킹 연주를 한다는 느낌으로 임할때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노래가 전혀 없는, 연주만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악기로 표현 가능한 것이 무엇인가를 의식했기 때문에, 확실히 지금까지 해본적 없던 경험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앨범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하는데요. 작년 말 5년 만의 앨범인 < コリンズ >가 릴리즈 되었습니다. 타이틀은 달에 착륙한 최초의 비행선인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세 명 중 한 명인 마이클 콜린스의 이름을 땄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타쿠마 : 일단 그 우주탐사의 멤버가 세 명이었다는 점이 뭔가 밴드스러웠어요. 그 중 마이클 콜린스는 유일하게 달을 밟지 않은 우주비행사였습니다. 달에 직접 발을 내딛지 않는 대신 주변 촬영을 한다던가 돌아올 모선의 탐사기를 관리 및 조사한다던가. 모두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다만, 달에 직접 발이 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금은 주목을 덜 받은 측면이 있는데요.

밴드 역시 눈에 띄게 앞으로 나올때도 있고, 제작 등 여러 측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등 여러 장면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밴드 같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제목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을 당시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이거다!”라고 생각해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밴드 결성 25주년이 되는 해에 나온 앨범이기도 한데요. 그만큼 밴드로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녹음이라던가 작업방식이라던가, 새로운 음악적 시도 등 이전과 비교해 특히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성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타쿠마 :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거 같은데? (코이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던 얼굴을 하고 있는데? (웃음)

코이치 :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제 특기죠.(웃음) 그래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고 늘 만들던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슬램덩크과 연관되어 제작되었던 것도 있고,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나오키 : < コリンズ >에는 여러 시기의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炎’라는 곡은 저희 결성 초반, 약 20년 전쯤에 만든 걸 재편곡한 노래이기도 하고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만든 곡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결성 25주년 차에 만든 곡이라던가, 여러 시기의 텐-피트가 담겨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밴드 역사의 집대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영화 < THE FIRST SLAM DUNK >의 주제가 ’第ゼロ感’을 비롯해,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5곡도 함께 수록이 되어있는데, 이 작품들을 OST로 분리하지 않고 정규앨범에 수록한 이유가 있다면요? 원래 앨범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곡들인가요?

타쿠마 : 제작 당시에는 이 트랙들을 정규앨범의 일부로 생각하지는 않았었어요. 별개로 생각하고 작업을 했죠. 그런데 사운드 트랙을 별도로 만들 것이라는 예정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대중들이) 인스트루멘탈을 들어준다면 굉장히 재미있을것 같아 함께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색다른 시도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곡을 완성한 ‘まだれないよ’라던가, 오키나와 악기인 산신(三線)을 활용한 ‘深海魚’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는지, 어떤 점들을 강조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타쿠마 : ‘深海魚’의 경우에는 송태섭(미야기 료타)의 고향이 오키나와이기 때문에,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나 스토리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고요. ‘まだ戻れないよ’는 앨범 제작 말미에, 사실은 짧은 곡을 3곡을 만들어 수록하고 라이브 때에 그 3곡을 합체시켜 1 곡으로 들려준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결국 시간이 부족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쿠스틱 만으로 작업한 곡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첫걸음으로서 단지 ‘재밌겠다’라는 생각으로 수록했죠. 그리고 라이브 때 록 버전으로 편곡해서 불러보기도 했는데요.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アリア’에는 ‘모르겠어’라는 한국어가 삽입되어 있는데요. 어떻게 해당 구절을 넣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타쿠마 : 그 노래에는 네덜란드어도 들어가 있고 영어도 일본어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사랑과 평화라는 기적도 있다는 것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가능한 한 여러 나라의 가사가 들어가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제작 당시엔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있던 영향도 있어 넣게 되었습니다.

혹시 데뷔 당시와 비교해 곡을 만드는 방식이나 루틴 측면에서 바뀐 부분이 있다면요.

타쿠마 : 루틴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콧노래로 시작해 거기에 코드가 붙고, 마지막으로 가사가 떠오르는 패턴 말이죠. 단지 지금은 프로 툴이나 로직, 큐베이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가지 가능성이나 음악의 표현 측면에서 여러 바리에이션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선 녹음을 하고, 이를 토대로 해 모두 함께 이미지를 붙여나간다고 할까요. 그러한 구체성 같은 것은, 프로그램이나 작곡 어플리케이션 덕분에 예전보다 더욱 활발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앨범 < thread > 이후로 메시지성이라던가, 멜로디의 비중이 늘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이전에도 텐-피트의 작품에는 다른 팀에서 느껴보기 힘든 감동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蜃気楼’라던가 ‘太陽4’, ‘ヒトリセカイ’나 이번 앨범의 ‘シエラのように’와 같은 곡 들에서 확연히 그러한 면이 강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업방식에도 뭔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타쿠마 : 변화를 의식했던 건 아니에요. 행복한 사람이 만든 행복한 음악을 행복하게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와닿는가라고 한다면 그건 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작품 외의 음악을 들을 때, 슬픔이 있지만, 그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가사나 음악에 끌립니다. 행복한 사람의 행복한 노래가 아니라, 슬픈 감정을 굉장히 행복하게 노래한다거나, 행복해지기 위해 부르거나 표현하고 있는 가사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에요.

음악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 트렌드가 변해간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슬픔, 인간관계, 가족, 일, 연애, 실연과 같은 것들은 유행을 비껴감과 동시에 세대와 국경을 넘는 공통의 것이잖아요. 음악 외적인 면에서 공유할 수 있는 라이브나 음악표현의 장에 있어, 그런 것들이 굉장히 소중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의식한 건 아니지만, 점점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저씨(한국어로 아저씨라고 이야기함)가 되어버려 그런지도 모르겠네요.(웃음)

밴드를 이야기할 때 < 교토다이사쿠센(京都大作 )>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8년에 시작해 어느덧 16년째를 맞는데요. 처음에 이 이벤트를 시작했을 때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타쿠마 : 우선, 저희가 데모 CD나 데모 테이프를 만들던 시절인데요. 그러니까 1997년부터 2000년 정도 였을 거에요. 그 때 같은 지역의 동료 밴드인 로튼그래피티(ROTTENGRAFFTY)와 ‘언젠간 록 페스티벌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고향인 교토라면 좀 상황이 나았지만, 라이브를 해도 5명, 10명 남짓 올까말까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대선배인 하이-스탠다드(HI-STANDARD)가 에어 잼(AIR JAM)이라는 것을 한다고 듣게 되었죠. 그런 문화를 알게 된 이후, ‘와 멋지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걸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는 꿈은 그냥 꿈이었고, 페스티벌을 한다고 해도 당시로서는 친구 다 합쳐도 30명 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능할 리가 없었죠. 록 페스티벌은 역시 유명한 팀들이 엄청 모이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교토에서 밴드를 할 당시에 그런 생각은 했었어요. 일본에서 유명한 뮤지션보다 아직은 무명인 저희와 제 친구들이 더 멋지다고. 유명하지 않아도 멋있으면 분위기가 고조될 거고, 무조건 관객들이 늘어날 거라고요.

그래서 당시 로튼그래피티와 이야기했었어요. 만약 두 팀 중 한 쪽이 먼저 유명해져서 관객을 많이 부를 수 있게 되면, 그쪽이 이벤트를 개최해 동료 팀들을 부르자고 말이죠. 그러고 나서 몇년이 지나 결성 10주년이 되었는데요. 그 때에도 사실 페스티벌을 할 정도로 동원력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10주년을 맞았으니, 이 참에 페스티벌을 한번 해보자 라는 이야기를 했었죠.

동료 밴드를 초청하는 합동공연을 할 때에는, 당시만 해도 “초청하는 측의 힘으로 우선 매진을 시킨 후 섭외를 하는 것이 밴드맨으로서의 예의다”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과 정반대로, 섭외하는 분들에게 관객을 모아달라고 하는 형태가 되어버린 거죠.(웃음) 셋이서 “결성 10주년인만큼 아무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직접 요청드리러 다녔던게 기억나네요. 여튼 결성 10주년을 기념하자는 것이 이 이벤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연차가 많이 쌓였음에도 젊은 세대의 신규 팬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데요. < 교토다이사쿠센 >이 그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타쿠마 : 아, 그렇네요. 페스티벌을 열면 가족이 함께 오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그런 아이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에, 분명 그 이미지가 음악을 만들 때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의 < 교토다이사쿠센 >은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이벤트에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라이브를 만들고 싶은지, 살짝 힌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타쿠마 : 그 힌트는, 코이치와 나오키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이치 : 힌트도 방향성과 함께 제 특기입니다.(웃음) 그런데 매년 정말 여러 아티스트들이 출연해주시고 있고, 올해 역시 와주신 관객 분들도 분명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이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타쿠마 : 비가 와도 합니다.(웃음)

올해 < 교토다이사쿠센 >을 비롯, 11월말까지 라이브 투어 및 각종 페스티벌 등 이벤트 스케쥴이 빼곡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연이 매년 반복되다 보면 조금은 매너리즘이 올 법도 할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타쿠마 : 25년 정도 하다보면 그런 점도 확실히 늘어나네요. 아저씨가 되면 될수록. 제가 25살쯤 되었을 때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희 팀의 시디 재킷을 디자인해 주시던 모리라는 선배님이 계셨는데, 당시 해주셨던 말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뭐, 디자인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역시 경험치를 쌓으면 쌓을수록 좀 더 능숙하게 어프로치 할 수 있게 되어간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그것은 자신의 컬러를 확립해 간다는 측면에서는 좋습니다만, 아무래도 루틴이 되어버리고 결국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주셨죠.

저는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딱 박혀 있어요. 오른손으로 치는 기타를 왼손으로 친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일은 하지 않지만, 곡을 만들 때에도, 그리고 세트리스트를 짤 때에도, “우린 그런 거 절대 안할거야”라는 마인드가 아저씨가 되어서도 이어지면, 잘하는 것만 하게 될테고, 결국 똑같은 것만 반복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 작곡을 할 때의 폭도 좁아질거고요. 그래서 우리가 가진 의식보다 더 과도하게 해보자는 방향성은 있습니다. 아저씨가 되면 될수록, 변화를 살짝 준 것 뿐인데 “이건 좀 과한거 아냐?”라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베테랑이 될수록, 그리고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조그마한 변화를 굉장히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무의식중에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주 멤버들과 이야기를 해요. ‘그 곡을 첫 번째로 하는 건 미친 짓이다’ 같은 이야기를요. 세트리스트라고 해서 그냥 단순하게 바꿔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욱 좋게, 재밌게 표현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같은 것들을 평소에 자주 생각하고, 최근에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발견하고, ‘음악 아저씨’가 되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아저씨’가 되는 것은 무척 멋진 일이긴 하지만요.(웃음)

인터뷰 진행 : 황선업, 김도헌
정리 : 황선업
사진 : 전호진

텐-피트(10-FEET) 인터뷰
“베테랑이 되어가는 것은 같은 것을 반복하는 함정에 노출되는 과정” | 애니메이션 < THE FIRST SLAM DUNK >의 기세가 상상 이상으로 매섭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관객수는 약 450만명에 육박했으며, 기존 팬 뿐만 아니라 신규 마니아들의 대거 유입이 새로운 ‘슬램덩크 세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드롬은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연출한 영상미가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으나,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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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 JPOP 브런치 운영 | KPOP과 JPOP의 공존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