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2023년 1월 #2
2023년 1월 10일부터 1월 20일까지 나얼, 태양, 수민, 최예나, 이지카이트, 갓 더 비트, 폴 아웃 보이, 보이지니어스의 음악을 다뤘다.
나얼, 'Soul Pop City'
'Ballad Pop City'와 함께 전개하는 나얼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발라드와 소울 두 취향의 애매한 혼합처럼 느껴졌던 이별 3부작 싱글에 비해 정확하게 지향하는 바를 구분했다. 2020년부터 소울, 알앤비, 펑크(Funk) 등 블랙 뮤직을 향한 뚝심 있는 애정을 증명한 '나얼의 음악세계' 유튜브 채널을 바탕으로 7인치 싱글 A면과 B면을 연상케 하는 구성에 'I Still Love You'와 '1985'를 수록했다. 전자는 그가 영향을 받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모든 유산을 아우르는 인상이라면, 후자는 선명하게 시점을 지정하여 오버하임 DX 드럼 머신의 진가를 보인다. 첨단 유행 속 레트로 취향을 고수하며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낸 'Principal of Soul' 이후 10년, 과거 문법이 현재를 지배하고 새로운 스타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현시점에 어울리는 프로젝트를 내놓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
태양, 'VIBE (feat. Jimin of BTS)'
따스한 신디사이저 인트로와 그루비한 비트 위 사랑의 찬사를 보내는 태양의 신곡이다. 유연한 보컬로 곡에 녹아드는 태양의 안정적인 가창이 역설적으로 게스트인 지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린다. 지민 특유의 소년미 가득한 미성과 운율을 맞춘 노랫말이 밝은 'VIBE'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가운데 태양은 여유롭고 단단한 보컬로 곡을 지탱한다. 6년 만의 컴백작으로는 아티스트 이름이 선명하지 않으나 세대를 아우른 케이팝 슈퍼스타들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이벤트로는 무난한 곡이다. 레트로한 리얼 밴드 세션 편곡에서 더욱 빛을 발할 알앤비다.
SUMIN (수민), 'Best Friend (feat. 우원재)'
일상의 순간에 은근한 섹슈얼 테마를 담아 오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싱어송라이터 수민의 새 노래 제목은 '베스트 프렌드'다. 'XX, '에서 황홀한 우주적 감각의 '사랑만들기'를 노래하던 그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친구와 함께 퇴폐적이고도 공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리듬감 있는 비트 위 수민의 가창은 친구라는 이름 아래 무엇이든 허용되는 상황에 대한 허탈함 가운데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는데, 파트너 우원재의 건조한 랩이 등장하는 순간 그 기대가 무색하게도 어질러진 숙취와 후회로 가득한 홀로 남겨진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수민 유니버스'의 흥미로운 인터루드 격 곡이다.
YENA (최예나), 'Love War (Feat. BE'O)'
해맑은 Z세대 솔로 아티스트 지향을 가져가던 최예나가 노선을 살짝 틀어 선보인 우울한 이별 노래다. 지난해 두장의 미니 앨범으로 넓은 장르 소화 능력을 증명한 바 있고, 이번 앨범에서도 블루지한 기타 연주가 더해진 발라드 'Wash Away'를 배치하며 완충지대를 조성해 뒀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와 블루지한 베이스라인을 따라 비오(BE'O)와 함께 연인 간의 다툼을 주고받는 곡은 헤이즈와 딘의 'And July'를 연상케 하지만 분위기는 심각한데, 두 아티스트의 보컬이 감정선에 깊이 닿아있지 않아 치기 어린 다툼에 그친다. 안전한 만큼 공감의 폭도 줄어든다.
이지카이트, '소낙비'
2021년 싱글 '느린 마음'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이지카이트가 3월 발표하는 미니앨범에 앞서 공개한 선공개곡이다. 폴킴의 '너를 만나'를 작곡한 도니 제이(Donnie J)가 프로듀싱을 맡았고, 실력 있는 프로듀서 소키(SOQI)가 참여했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허스키한 가창으로 섬세하게 눌러 담아 노래하는 이지카이트의 가창이 비를 퍼붓는 소나기구름 뒤 살짝씩 보이는 푸른 하늘을 연상케 한다.
GOT the beat, 'Stamp On It'
경쟁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위상 증명과 이데올로기 확립. SM엔터테인먼트의 여성 슈퍼그룹 갓 더 비트(GOT the beat)의 첫 미니 앨범 'Stamp On It'은 과격한 소리와 거친 구호를 앞세운 작품이다. 갓 더 비트에게 경쟁 걸그룹들의 하이엔드 브랜드화, 독보적인 자기애, 정상을 향한 꺾이지 않는 도전 의식은 어린 시절의 고민이라 더는 고려할 바가 아니다. 'History를 가진 Playa', '결국 Legacy의 게임'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결국 최후의 순간에는 경력과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강하게 무장한 프로젝트다. [더보기]
Fall Out Boy, 'Love From The Other Side'
팝 밴드로의 지위 상승 후 길을 헤매던 폴 아웃 보이가 다시금 단단한 그들만의 팝 펑크 록으로 돌아왔다. 전성기 앨범의 프로듀서 닐 아브론(Neal Avron)과 함께한 정규작 'So Much (For) Stardust'의 선공개곡 'Love From The Other Side'는 2018년 마지막 정규앨범 'M A N I A'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베테랑 밴드의 비장함과 재치 있는 표현, 직관적인 로큰롤과 매력적인 탑라인으로 무장한 노래다. '아포칼립스의 반대편에서 보내는 사랑'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와 밴드의 침체기로부터 끌어올린 진실한 감정이다. 'Folie A Deux'의 편린이 보이는 노래에 정규작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안타깝게도 선공개 싱글 발표 후 리드 기타리스트 조 트로먼이 멘탈 이슈로 팀을 떠났다.
boygenius, '$20'
피비 브리저스, 줄리안 베이커, 루시 데이커스의 인디 슈퍼그룹 보이지니어스가 데뷔 앨범 'the record'로 귀환을 알렸다. 자유로운 세 싱어송라이터는 감정적으로 강렬한 목소리로 보편의 삶 속에서 지글거리는 내면을 이끌어내는 노랫말을 읊조리며 독특한 합작을 완성한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관심사와 음악적 지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하나로 묶어 깊은 음악을 만드는 그들의 선공개곡 중 '$20'을 추천한다. 유년기의 불안과 혼돈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시간과 돈에 쫓기면서도 세 자매들은 꿋꿋이 발걸음을 뗀다. 그리고 달려 나간다. 지갑에 단돈 20불만 있는 가난한 신세라도, 나 자신을 끔찍하게 혐오하면서도,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