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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GOT the beat, 'Stamp On It'

경쟁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위상 증명과 이데올로기 확립.

김도헌
김도헌
- 4분 걸림

4/10

경쟁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위상 증명과 이데올로기 확립. SM엔터테인먼트의 여성 슈퍼그룹 갓 더 비트(GOT the beat)의 첫 미니 앨범 'Stamp On It'은 과격한 소리와 거친 구호를 앞세운 작품이다. 갓 더 비트에게 경쟁 걸그룹들의 하이엔드 브랜드화, 독보적인 자기애, 정상을 향한 꺾이지 않는 도전 의식은 어린 시절의 고민이라 더는 고려할 바가 아니다. 'History를 가진 Playa', '결국 Legacy의 게임'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결국 최후의 순간에는 경력과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강하게 무장한 프로젝트다.

자존감만큼은 높다. NCT를 연상케 하는 공격적인 랩과 2000년대 히트 팝을 연상케 하는 발리우드 샘플링, 하이퍼팝의 과잉에 카디비(Cardi B)와 비욘세와 제이지의 콜라보레이션 카터스(Carters)의 태도를 융합했다. 그러나 강압적인 메시지 전달과 강성 일변도의 완고한 태도, 난해한 구호가 난무하는 음악의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

'Step Back'이 여성을 적으로 돌리는 가사의 논쟁은 있었을지라도 프로젝트의 당위와 밈으로의 생명력을 얻은 반면 'Stamp On It'은 황량한 감상만을 남긴다. 보아, 소녀시대, 레드벨벳의 위상을 기억하는 이들이라 해도 훈계조의 가사와 호전적인 파괴 선언은 지난 세대의 낡은 감상으로 다가오며, 뎀 조인츠와 유영진 중심으로 설계한 음악 세계도 에스파를 겪은 세계에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한다. 이런 메시지 전달 실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Alter Ego'에서도 두드러지는데, 10년 전 EXO의 'MAMA'처럼 비장한 표현이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대신 강한 이미지만을 반복 노출하며 피로감만 더한다.

곡의 매력도 충분하지 않다. 단단한 트랩 비트와 폭발적인 브라스 사운드가 지배하는 'Goddess Level'은 다비드 게타의 'Hey Mama'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컬 파트 멤버들의 피아노 라인이 등장할 때마다 맥이 끊기며 슈퍼그룹으로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WAP'을 닮은 인트로에 보아, 슬기, 태연, 웬디를 조화롭게 배치한 '가시(Rose)'와 랩 파트를 중심으로 단계를 밟아가다 하이라이트에서 보컬의 역량을 폭발하는 'Outlaw'에서만큼의 균일한 호흡이 앨범 전체에 적용되지 못했다.

갓 더 비트에게는 카터스처럼 압도적인 성공의 아우라와 밑바닥에서부터 처절하게 기어오른 성공 서사가 없다. 카디비의 당당함에서 엿보이는 쿨한 태도도 없다. 케이팝의 리더라는 역사와 자부심만이 슈퍼그룹을 지탱하며 그 증명의 방식은 요란하고 강렬한 소리의 압박뿐이다. SM의 슈퍼그룹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건 신전과 박물관처럼 박제된 과거 문화유산이 아니다.

추천곡 : 가시(Rose), 'Outlaw'

[RA] 2023년 1월 #2
2023년 1월 10일부터 1월 20일까지 음악 보관함에 저장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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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