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히트곡 ②
파멸의 히트곡 ①에서 이어집니다.
마일리 사이러스가 로빈 시크의 궤도에 진입하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진작 끝났을 테다. 하지만 'Blurred Lines'의 성공을 본 이 디즈니 채널 팝스타는 자신만의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미키 마우스의 동그란 머리띠를 벗어던지고 싶던 마일리는 더 많은 노출을 시도했다. 검색엔진은 '엉덩이', '가랑이', '옆가슴' 등 신체 부위를 친절히 분할하여 대중에 제공했다. 또한 콘로우 헤어스타일을 감행했으며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치아 도금을 선보였다. '후드 음악'을 사랑하고 릴 킴을 정신적 이웃이라 지칭하는 등 변신을 이어갔다.
'Blurred Lines'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자마자 마일리는 'Bangerz' 앨범의 첫 번째 싱글 'We Can't Stop'을 발표했다. 애틀랜타 출신 프로듀서 마이크 윌 메이드 잇이 리아나에게서 이 노래를 받아 마일리에게 전달했다. 마일리는 작곡가 듀오 티모시와 테론 토마스에게 '흑인 느낌이 나는 곡'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 노래에서 '엉덩이가 큰 여자들이 스트립 클럽에 온 것처럼 흔들고 있다'라고 외쳤고, 역시 다이엔 마텔이 감독한 뮤직비디오에서 흑인 여성 백업 댄서들과 함께 춤을 췄다. 흑인 매체들은 마일리 사이러스가 문화적 전용을 일삼고 있다며 강한 비판을 보냈고, 'We Can't Stop'을 피상적인 '멋'을 위해 흑인 문화에 의존하는 백인 팝스타의 오래된 계보에 포함했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는 이런 관점을 거의 완전하게 무시했다.
마일리와 로빈 시크는 약탈과 대리인을 상징하는 불편한 양면이었다. 'We Can't Stop'과 'Blurred Lines' 모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객관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일리 사이러스에게 'Bangerz' 앨범은 미디어에 의해 대상화된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몸을 소품으로 사용한 흑인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작품이었다. 우아한 수트를 입은 남성이 나체로 장난치는 여성들 뒤에 서있는 'Blurred Lines' 뮤직비디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할아버지들도 알아볼 수 있는 남성향적 시선의 비전을 표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종류의 불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들도 몰랐지만 조만간 충돌할 운명이었다. 2013년 8월 초,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가 열린 같은 달에 'We Can't Stop'은 'Blurred Lines'에 이어 미국 내 2위를 차지했다.
로빈 시크는 마일리 사이러스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자신의 노래에 쏟아지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여성 파트너에게 '넌 네가 원하는 걸 알잖아'라는 가사를 선물하며, 그는 자신을 약탈적인 남성으로 인식하는 일부 개념을 바꿀 수 있었다. 여성에게 공격자 역할을 부여하여 쇼비니즘 혐의를 벗기는 것은 1930년대 스크류볼 코미디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되고 검증된 수법이다.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졌을 때 로빈 시크는 자신의 아내 폴라 패튼을 언급하며 'Blurred Lines'를 옹호하기도 했다. "폴라도 이 노래를 원한다니까요. 우린 2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어요." 다른 평행우주에서 2013년에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스타가 없었다면 이 전략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마일리 사이러스는 로빈 시크보다 먼저 VMA 무대에 올라 곰 코스튬을 입은 흑인 여성의 엉덩이를 핥는 시늉을 했다.
3분 6초 동안 펼쳐진 마일리 사이러스의 'We Can't Stop' 퍼포먼스는 이제 더 이상 보기 힘든 매혹적인 무대였다. 카니예 웨스트 스타일의 곰인형의 가슴에서 등장한 마일리 사이러스는 통제 불가능한 섹스광이자 '그린치'의 짐 캐리만큼 짜릿하고 거침없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카메라맨들은 눈 돌릴 곳을 찾는 장내 동료 아티스트들의 반응을 담느라 바빴다. 'We Can't Stop' 뮤직비디오와 마찬가지로 마일리는 흑인 백업 댄서들과 함께 특유의 춤을 선보였다. 그리고 로빈 시크가 'Blurred Lines'를 위해 무대 위로 올랐다.
마일리 사이러스와 로빈 시크가 무대에 올라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찰나의 순간, 모든 여성을 향한 백인 남성의 약탈적인 시선과 흑인 여성을 향한 백인 여성의 기회주의적인 시선이 만나 지옥과도 같은 짐승, 즉 '멈출 수 없는(We Can't Stop)' 힘을 가진 비틀주스 악령이 탄생했다.
물론 모든 화제를 모은 순간은 'Blurred Lines' 공연 중 마일리 사이러스가 허리를 굽혀 로빈 시크의 사타구니에 자신의 엉덩이를 비볐을 때였다. 분명 그 순간을 즐기고 있던 로빈 시크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일었다. 엉덩이를 흔드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는 팬들은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처음 선보였을 때처럼 열광하고 있었다.
2013년의 많은 미국 백인들에게 트월킹(Twerking)은 1960년대 트위스트 춤처럼 일종의 금기였다. 보수적인 매체들이 당연히 비난을 퍼부었고, 심지어는 동료 가수들도 마일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핑크(P!nk)는 "저는 언제나 멍청이처럼 몸을 비틀곤 하죠.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있는 거예요. 무대 위에서는 곤란하죠."라 말하기도 했다. 물론 67세의 셰어는 반대 의견을 표했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퍼포먼스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행을 부른 센세이션이었다. 지금이야 트월킹이 주류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2013년 '트월킹'은 한 해 내내 구글의 인기 검색어였고 트위터 사용자들은 마일리 사이러스의 3분 공연 동안 분당 306,100건의 트윗을 작성했다. (그리고 마일리는 이 통계를 직접 트윗하며 기뻐했다.) 이 사건은 트위터가 실시간으로 대중문화의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신호였다. 앞으로는 트위터의 반응이 뉴스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또 하나 중요한 발전이 있었다. 정말 드물게도 여러 주류 매체가 마일리 사이러스의 문화적 도용을 비난하는 기사를 일제히 게시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존 카마니카는 마일리의 퍼포먼스를 '백인이 흑인 문화를 서투르게 차용한 대표적인 해악'이라 평가했다. 슬레이트(Slate)지의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흑인 여성에 대한 역사 속 풍자'를 찾아 연대기를 작성했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흑인 여성들만 뒤에서 빙빙 돌게 만든 게 아닙니다. 흑인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그대로 둔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 도전하기 위해 농담처럼 흑인 여성의 몸을 표현한 것입니다." 벌처의 조디 로젠은 이 공연을 19세기 민스트럴 쇼라고 평했다.
주요 뉴스 매체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미묘한 사회정치적 비판이었다. 마일리 사이러스와 팀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일리는 "내가 정말 커밍아웃하고 야한 섹스 쇼를 하고 싶었다면 곰 탈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 날카로운 반박으로 무장한 채로 여러 인터뷰를 다니며 성적 대상화에 대해 비판했지만, 인종 차별 혐의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로빈 시크와 마찬가지로, 그는 한 가지 조류의 반발에 자신 있게 대처할 준비를 하고 왔다가 다른 종류의 반발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2013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마일리 사이러스에게 VMAs 무대에 대한 반발은 세계 정복으로 가는 길에 생긴 작은 흠결 정도였다. 행사 직후 마일리 사이러스는 'Wrecking Ball'을 발표하며 망치를 핥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히트를 기록한다. 하지만 로빈 시크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VMAs 이후 그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된다. 로빈 시크와 그의 히트곡은 유해한 것이 되었다.
방송 금지 처분, 성적 학대 생존자들의 지속적인 항의 등 'Blurred Lines'가 내포한 성적 권력 역학 관계에 대한 논의가 몇 주 동안 이어진 후, 로빈 시크가 젊은 금발 여성의 엉덩이에 손을 얹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며 이 상황은 무너지고 말았다. 로빈의 아내 폴라 패튼은 곧 이혼을 신청했고, 절망에 빠진 로빈 시크는 콘서트에서 폴라 패튼을 곧 되찾을 것이라 장담하기 시작했다. 이후 상황은 더욱 암울해졌다. 2017년 폴라 패튼은 로빈 시크를 가정 폭력 혐의로 고소했고, 로빈 시크는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잃었다. 'Wrecking Ball'이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로빈 시크를 치워버린 것이다.
파멸의 히트곡 ③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