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 올해의 한국 음악 50
음악과 함께 투쟁하는 광경조차 없다면 이 사회는 더욱 끔찍한 곳이었을 테다.
얌전하게 말하자면 '이런 빌어먹을 세상' (세븐틴, 'F*ck My Life')이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저드(jerd)의 노래처럼 'X됐어'를 달고 살았던 한 해였다. 2023년은 여러 모로 나쁜 소식만 크게 들렸던 해였다. 팬데믹 종식을 기념하던 안이한 기쁨은 기후 위기와 전쟁으로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태원에서의 비극적인 참사 이후 시스템의 실패를 뼈저리게 느낀 사회는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고 편안하게 마음을 내줄 수 없는 견리망의(見利忘義)의 지옥으로 변해갔다. 음울한 진공의 팬데믹 시기를 투영하는 작품이 더욱 그늘진 오늘에 등장하리라고는 창작자들도, 음악 팬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과 함께 투쟁하는 광경조차 없다면 이 사회는 더욱 끔찍한 곳이었을 테다. 음악에 진 빚을 갚기 위해 2024년도 음악을 듣는다. 전체적인 해설은 아래의 [2023년 결산] 올해의 한국 음악 50 조망 을 참조하시길.
김도헌
한국 앨범 25장
1. 유라,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해체하고 조립하고 당겼다가 풀어놓고, 갈가리 찢어 놓는 상식과 규범.
2. 파란노을, After The Magic
마법의 순간을 영원의 합창으로 솟구치게 한 아름다운 소음.
3. 봉제인간, 12가지 말들
광기와 분노의 재봉틀질, 거칠고도 섬세하게 박아놓은 음악에 빼앗기는 영혼.
4. 크러쉬, wonderego
숙달과 감각으로 완성한 대중음악의 최전선.
5. 이진아, 도시의 속마음
눈먼 사람의 눈 뜨게 할 수 있는 힘을 전하는 유일무이한 이진아의 속마음.
6. 빈지노, NOWITKI
해롭지 않은 30대 남성의 행복한 삶을 자유로운 파노라마로 펼치다.
7. 이센스, 저금통
도파민 폭발하는 랩 게임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진 이방인의 커리어.
8. 스카이민혁, 해방
처절할 정도로 절실한 증명과 성장 욕구, 그리고 해방.
9. 이민휘, 미래의 고향
돌아갈 곳 없는 이들이 분주히 망각하는 과거, 황급히 만들어가는 미래, 그리고 방황하는 현재.
10. 소울 딜리버리, Peninsula Park
소울 밴드와 알앤비 공동체, 날것의 따스한 합주로 공동체의 힘을 증명했다.
11. 정밀아, 리버사이드
12. 저드(jerd), BOMM
13. 강허달림, LOVE
14. 이승윤, 꿈의 거처
15. 정우, 클라우드 쿠쿠 랜드
16. 이설아, 작은 마을
17. 여유와 설빈, 희극
18. 이테, 소리선
19. 오도마, 선전기술 X
20. 다브다, Yonder
21.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 January Never Dies
22. 황푸하, 두 얼굴
23. 이형주, 우리는 서로를 간직하려고
24. 브로큰티스, 추락은 천천히
25. 키드 밀리, Beige
한국 싱글 25곡
1. 수민, 옷장 (feat. 엄정화)
마법의 베틀로 엮어낸 자신감 넘치는 콜렉션과 위풍당당한 런웨이 워킹.
2. 폴 블랑코, Lake of Love (feat. 환희)
유영진의 정수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와 함께 폴 블랑코에게로.
3. 장기하, 해
봉제인간과 장기하 드림팀은 더 배가 고프다.
4. 박소은, 2017
축제가 끝나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느 젊은 날.
5. 실리카겔, Tik Tak Tok (feat. So! YoON!)
'No Pain', 'Realize', 'Tik Tak Tok'과 함께 세계로 가는 실리카겔.
6. 영케이(Young K), 이것밖에는 없다
확신의 긍정과 사랑, 이 의지라면 못해낼 것은 없다.
7. 마운트 XLR(Mount XLR), Acid Wasp
프로듀서 전광재의 변화무쌍 능수능란한 음악 세계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8. 정우, 낡은 괴담
꿈을 꾸지 않으면 듣지 않을 수 없는 해로운 괴담. 2023년의 비가(悲歌).
9. 힙노시스 테라피, Jongno
짱유와 제이플로우의 거침없는 코리안 레이브.
10. 키라라, 숫자
크라프트베르크, 코넬리우스, 엄청나게 강한 키라라가 모두를 미치게 할 준비를 마쳤다.
11. 구원찬, Game Boy
12. 코토바(cotoba), coii
13. 한로로, 자처
14. 박재정, 헤어지자 말해요
15. 하현상, 시간과 흔적
16. 비비, 홍대 R&B
17. 김수영, 비틀비틀
18. 윤석철 & 세진 (Sejin), 칵테일 파라다이스
19.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 Homesick
20. 스카이민혁, 14-23
21. 오도마, Doctrine (Feat. 백예린)
22. 후디(Hoody), Lonely
23. 윤지영, 나의 정원에서
24. 이승윤, 말로장생
25. 빅 나티(Big Naughty),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Feat. 이수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