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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아이(KATSEYE) 'Gnarly'

하이퍼팝? 케이팝? 난리나는 Gnarly.

김도헌
김도헌
- 5분 걸림

하이퍼팝? Gnarly. 케이팝? Gnarly. 하이브의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의 싱글 'Gnarly'가 케이팝 팬 사이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중국 음악가 앨리스 롱위 가오, 작곡가 핑크 슬립, 프로듀서 슬로우 래빗이 참여하여 만든 이 곡은 에스파의 'Savage'만큼이나 공격적인 소리를 지향한다.

파괴적인 음악만큼이나 과감한 퍼포먼스로도 화제다. 캣츠아이는 어떤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가? 2025년 케이팝에서 하이퍼팝을 시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음악평론가 김도헌과 장준환이 캣츠아이의 방향성과 새 싱글을 다루며 곡을 분석하고 의견을 더한다.

‘난리’나기에는 ‘날리’

김도헌 손으로 가려진 얼굴 가운데 내놓아진 입이 거친 목소리로 호기롭게 선언한다. 과격한 음악이 기꺼이 호응한다. 귀를 찢을 듯 파괴적이고 날카로운 기계음, 왜곡된 보컬과 과장된 표현이 2분 17초의 짧은 시간을 빼곡하게 채운다. 불분명한 곡 구조, 극도로 단순화된 코드 진행으로 구호를 외치는 청각 폭격이다.

뮤직비디오는 시각적 폭력이다. 인스턴트 클럽샌드위치를 만드는 주방부터 화려한 콘서트, 거대한 리무진 파티 차량과 대저택을 빠르게 전환하는 영상은 최고와 최악의 평가를 뜀뛰기 하며 반복 시청을 유도한다. 손이 녹아내리고, 빌딩에서 추락한다. 날붙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레드 카펫 위 슈퍼스타들을 바삐 촬영하는 기자들의 눈이 기괴하게 튀어나온다.

무대는 자극의 고삐를 당긴다. 기상천외한 동작과 천진한 표정, 한 치의 오차 없는 군무가 전 세계 수천만의 개인 기기 화면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모호한 단어로 세상의 이치를 단순화하는 방법은 ‘브랫’의 연장선이다. 자주적이고 강한 자아로 귀결되는 결론 또한 하이퍼팝 시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특징을 따라간다. K팝이 시도한 하이퍼팝 가운데 가장 높은 장르 이해도를 가진 곡이라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해외 팝 시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육성 과정과 자극의 정수만을 압축하여 눌러 담는 K팝 특유의 마케팅 및 퍼포먼스가 더해졌다. 그런데 왜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걸까?  

찰리 XCX는 [brat]을 "나, 나의 결점, 나의 실수, 나의 자아가 모두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 고백했다. K팝의 야심 찬 프로젝트 '날리'에는 결점과 실수가 없다. 하늘하늘했던 전작 '터치(Touch)'에 이어 공격적인 하이퍼팝을 가져온 전략을 생각하면 자아도 없다.

하이퍼팝? Gnarly.

장준환 ‘하이퍼팝’에 대한 이해도에 놀라움이 앞선다. 전자음악가 소피(SOPHIE)로 대표되는 날카로운 금속성 신스, 묵직하되 미니멀하게 짜인 트랩 비트, 현 세태의 지나친 소비주의와 트렌드 추종성을 비꼬는 풍자적인 노랫말까지. 모두 하이퍼팝 진영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던 소재들이다. 현재 평단에서도 차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중국 출신의 디제이 앨리스 롱위 가오를 초빙해 꾸린 작업물이라는 점도 그렇다. 사운드의 세세한 구현부터, 그 사운드를 사용하는 목적과 의도까지 꼼꼼하게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

다만 ‘Gnarly’가 매력적인 곡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훌륭한 도전 정신에 비해 단편적인 곡 구성이 발목을 잡는다고 답하고 싶다. 사운드가 주는 위압감을 제외하면, 후렴이 가진 독창성이 미약할뿐더러 쾌감을 느낄 다이내믹도 그리 많지 않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요소가 똑같이 들어가는 소피의 ‘Faceshopping’을 보자. 비록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장르 음악이긴 해도, 곡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완급과 전개를 보이지 않나.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둔 그룹인 만큼 여러 변신을 감행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더 넓은 청자층을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는 응원하고 싶다. 동시에 ‘Touch’의 전례처럼 이마저도 일회성 콘셉트의 일부일지 모르기에 불안감이 도는 것도 사실. 방향성에 대한 단초는 준비가 됐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개연성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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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