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Music Power Station : Review, Column, Interview, etc

트리플에스(tripleS) '< ASSEMBLE25 >'

우리는 하나이자 스물넷입니다.

김도헌
김도헌
- 5분 걸림

'우리는 하나이자 스물넷입니다'. 24인조 다인원 걸그룹 트리플에스가 완전체 활동을 재개했다. 24인 체제의 두번째 정규 앨범 [ASSEMBLE25]는 전작 [ASSEMBLE24]의 기조를 이어 대한민국 서울의 사회를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대 죽지 않는 소녀들의 'Girls Never Die' 정신을 계승하는 타이틀곡 '깨어'와 함께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 10곡이 수록됐다. 트리플에스를 설계하는 모드하우스의 정병기 대표의 이력과 트리플에스 프로젝트의 맹점, 앨범으로 표현되는 트리플에스의 세계에 대해 두 평론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꿈과 현실의 괴리

김도헌 트리플에스의 기획은 소속사 모드하우스 정병기 대표이사의 작품이다.  트리플에스가 반드시 24명이어야 했던 이유도, 그들이 모듈처럼 자유롭게 유닛을 결성해 활동할 수 있는 바탕도, 트리플에스가 다 함께 꾸는 꿈이 한국 대중에게 소외되지 않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도 정 대표이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회사 단위의 프로듀싱 대신 능력 있는 개별 기획자가 더욱 주목받는 오늘날 가요계에서 그는 강력한 뚝심으로 굳이 가도 되지 않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완전체 트리플에스의 타이틀만 놓고 봤을 때 그의 꿈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K팝의 아이러니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획자가 추구하는 앨범 방향과 타이틀곡의 주제의식은 정규앨범에 수록된 과하게 밝은 노래들과 배치된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노래와 인간의 매력을 판매하는 목적에 충실한 노래의 대립이 이어지고, 일일이 세기 어려운 유닛 활동은 메시지를 혼잡하게 만든다. 최근 트리플에스가 타이틀곡으로 비춘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로 주목받았는지, 혹은 24인조 다인원 걸그룹의 왁자지껄한 버라이어티로 주목받았는지 선뜻 답하기 어렵다. 형식이 실질을 좌우한다지만, 형식이 실질을 압도해서는 곤란하다.

안정된 시스템, 대신 그만큼 흔들리는 음악

장준환 트리플에스의 [ASSEMBLE24]는 분명 달랐다. 24인조라는 특이점, 그리고 '서울'과 '소녀'를 바탕으로 한 서사는 그룹이 가진 '규격 논외'의 성향을 집약한 작업물이었다. 정규작이라는 무게에 걸맞은 앨범 단위의 응집력을 만들어낸 것 역시 산업의 실리만큼이나 창작자의 소신을 고수한 결과였다. 그렇기에 [ASSEMBLE25]의 일명 '역체감'은 매우 크다. 혼잡해진 구성이 그 예시다. 팬 투표로 앨범의 방향이 정해지는 하향식 구조의 영향력이 기획자의 지휘권만큼이나 커지면서, 한 앨범 안에서도 다른 두 개의 기조가 평행선처럼 다르게 흘러간다. 케이팝에 유례없을 파격적 소재를 가져온 타이틀 '깨어'와 정병기 대표가 직접 작사에 참여한 'Love Child'는 전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이어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 투입된 밝은 감성의 정석적인 팬송 '추리소설'과 '어제 우리 불꽃놀이'는 준수한 퀄리티에도 메시지를 오히려 희석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이상과 현실이 처음으로 충돌한 지점으로 봐도, 혹은 그만큼 트리플에스가 추구해 온 독자적인 '참여형 시스템'이 안정권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봐도 좋다. 다만 지금의 옴니버스 식 구조는 완전체 디멘션의 형식보다는 유닛 형태에 어울리지 않을까. 환경이 달라진 만큼, 정규 앨범만큼은 손에 쥔 방향키를 어디로 돌릴지에 대한 기획자의 확고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KPOPReviews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