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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ower Station : Review, Column, Interview, etc

뉴진스의 OMG, '가자'에 대한 우려.

OMG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 같은 태도는 위험하다.

김도헌
김도헌
- 12분 걸림

지난해 아레나 매거진에 '뉴진스를 보는 세 가지 시선' 칼럼으로 참여했다. 뉴진스 Cookie의 노랫말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어도어 레이블이 입장문을 내놓았을 때의 글이다. 나는 뉴진스와 그들의 음악을 거부할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를 이질감을 어렴풋이 느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도어의 공지대로라면 이제 ‘Cookie’에 대한 상상의 나래는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소속사의 공지대로 CD를 굽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하여 디저트로 주식(主食)을 능가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는 노래다. ‘선의’를 품고 만든 콘텐츠라는 데 의문을 제기할 필요도 없다. 뉴진스의 다른 노래와 뉴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룹을 감싸고 있던 신비의 베일은 모두 거둬지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K-팝 아이돌의 전형만 앙상하게 남겨진다."

뉴진스를 보는 세 가지 시선
지금 K-팝 신에서 가장 뜨거운 것들. 뉴진스, 민희진 그리고 민희진의 뉴진스 마케팅. 뉴진스를 둘러싼 이슈들을 세 가지 시선으로 분석했다.

이해는 했다. 불특정 다수의 예측 불가능한 피드백에 지쳐있었고 상처도 많이 받았던 민희진의 자사 아티스트 보호 의지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감은 안 됐다.

비애티튜드와의 인터뷰에서 '복잡미묘한 레이어를 단숨에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만큼 잔인한 것은 없다'고 말한 사람이 정확히 똑같은 일을 저지르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잘 모르는 일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문화'를 논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상상과 이해의 폭을 줄이고 기 싸움을 하려 드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민희진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 BeAttitude
Issue 03 민희진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Editor: 전종현, 김재훈, 박산하, 진채민 , Contributing Editor: 차우진 Contributing Editor: 차우진 , Photographer: 송시영 Artist Project 아티스트와 나눈 깊은 대화를 시리즈로 만나봅니다 «비애티튜드»는 아티스트와의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업 세계와 창작에 대한 태도를 공유하는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지금까지는 박민희, 람한, 노상호 등 동시대 시각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의

Ditto가 나왔을 때 민희진 요소를 간략히 분석하며 또 한 번 그 감정을 느꼈다. 뮤직비디오는 돌고래유괴단의 작품이라 별개로 다뤘다.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의 인터뷰대로 민희진 대표가 시나리오 쓰지 않은 영상에 대해 그의 의사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민희진 대표가 소셜 미디어와 방송에 출연해 자유롭고 해맑은 뉴진스 멤버들을 '출산'한 것 같다는 표현을 경계했다.

이해는 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멋진 친구들을 모았다.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아 기획사와 아이돌 고용 관계를 타파하여 가족관계 같은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점만으로도 민희진 대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 역시 있었다.

뉴진스의 ‘Ditto’ 뜯어보기
음악, 가사, 영상, 대표의 이름으로 들어본 선공개곡.

모두가 그의 대단함을 분석하고 뉴진스의 어머니라는 호칭 아래 그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가운데 굳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기획자가 으뜸에 서고 싶은 마음, 프로듀서로의 자부심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모두 안다. 그러나 그럴수록 뉴진스라는 그룹 이전에 민희진의 이야기가 먼저 등장했고, 그것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민희진 월드보다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대표가 그룹을 덕질하는 소셜 미디어보다 돈 내고 볼 수 있는 포닝 콘텐츠가 더 재미있었다.

1월 2일 뉴진스의 새 싱글 OMG 뮤직비디오를 봤다. Ditto의 뮤직비디오 서사를 연장하여 망상에 빠진 환자들로 분한 뉴진스의 엉뚱한 상상을 담았다. Ditto 영상을 담당한 제작회사 돌고래유괴단 유니버스를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극 중간 다니엘이 '우리 지금 뮤직비디오 촬영 중'이라며 제4의 벽을 깨려고 하나 그것조차 망상으로 치부된다. 여기까지는 귀엽다. 문제는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마지막 장면이다.

트위터에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치는….' 이라 글을 쓰는 아이의 어깨에 스스로를 의사라 착각하는 민지가 손을 올린다. 멤버들을 모두 병동으로 보낸 그가 나지막이 읊조린다. '가자'. 이 장면에서 뉴진스 판타지는 다시 한번 섬뜩한 트루먼 쇼가 된다.

영화 트루먼 쇼에는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의 삶을 실시간 생방송으로 내보내며 그의 삶을 방송으로 이어가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결정을 내리는 총책임자 크리스토프가 등장한다. OMG의 제작자는 크리스토프만큼 무자비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세상 밖으로 총구를 돌려 시청자와 소비자, 팬덤을 직접 겨누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누구인가.

뉴진스 ‘Ditto’ MV 제작 신우석 감독 인터뷰 (1부)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신우석 감독의 인터뷰대로 이 뮤직비디오가 간섭 없이 오롯이 만든 작품이고, 자기 결과물을 민희진 대표와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케이팝 팬들에게 화가 났다고 하자. 이 뮤직비디오는 신우석 감독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은 끔찍한 선택이었다.

Ditto의 영상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만인이 본인의 서랍장 속 낡은 캠코더를 꺼내 과거의 추억을 투영하게끔 만든 해석의 다양성과 보편의 힘 덕이었다. 그 지점에서 멤버들, 가상의 인물, 프로듀서, 감독 등 다양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몇 개는 맞고 몇 개는 틀릴 수 있다.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 당연하다. 모르는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대중문화다.

굳이 플랫폼을 콕 짚어 여기서 나오는 의견들은 모두 '정신병'이라 지칭하는 마지막 장면. 전혀 통쾌하지 않다. 트위터 케이팝 팬들에게 논란을 부르기 위해 만든 영상이고, 그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서도 '응 너는 정신병', '거봐 내 말이 맞았지?'라 자화자찬하겠다는 의도가 자명하다. 미지의 소비층에 대한 신뢰나 불확실성에 대한 가능성의 기대가 전혀 없다. 화젯거리, 이야깃거리, 논란, 바이럴. 광고의 문법이다.

자기 작품이라는 데 안타깝지만, 레이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뮤직비디오 최종본을 승인한 회사 관계자는 어도어 레이블의 임원임이 분명할 테니까.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들의 배타적인 고집을 우려스럽게 바라보아야만 한다. 어쩔 수 없이 민희진 대표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한다. 그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 논란에 대처했던 방식, 뉴진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이런 '떡밥'에 모조리 소환되고 만다.

뉴진스가 민희진의 페르소나라는 주장이 아니다. 민희진의 과거 행동이 OMG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과 같은 메시지에서 뉴진스를 인식하는 렌즈로 기능한다는 점이 문제다. 뉴진스 멤버들과 익명의 트위터리안이 불평하는 뉴진스 뮤직비디오 소재가 어떤 관련이 있나. 제작자의 의도와 다른 주장이 모두 악성 댓글인가. 뉴진스 멤버들이 받은 공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금의 의구심도 불허하겠다는 뜻인가.

만약 이 글조차 ‘모르는 일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일’처럼 보인다면 유감이다. 오해를 줄이고자 먼저 말하자면, 나는 뉴진스의 음악, 사랑스러운 멤버들, 독창적인 안무와 레이블 단위의 잘 재단된 브랜딩에 감탄한다. 애정이 없다면 팝업스토어, 시즌 그리팅, CD 선주문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해석도 불필요했을 테고. 하지만 뉴진스에 대해, 돌고래유괴단에 대해, 민희진 대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도 뉴진스와 관련된 모든 것에 의견을 내는 일이 무례하거나 불쾌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이야기하고, 평가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떠오르고 시대정신이 만들어진다. 그 방향은 제작자의 의도대로일 수도 있고 완전히 반대일 수도 있다. 상관없다. 제작자의 손을 떠난 순간 작품은 만인의 것이다. 여느 장르보다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는 케이팝에서 OMG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 같은 태도는 위험하다. 더욱이 그는 시대를 앞서간 그 복잡성으로 수많은 케이팝 워너비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뉴진스는 소중한 그룹이고, 민희진 대표는 입지전적인 여성 리더이며, 어도어는 케이팝 레이블 중 으뜸으로 일을 잘하는 회사다. BANA 소속 250, FRNK가 담당하는 음악도 나쁜 적이 없다. 조바심과 완벽주의는 잘될 때는 아무 문제 없지만, 사소한 삐걱거림에도 자신을 옭매는 족쇄가 된다. 순수하고 쾌활한 멤버들처럼, 그들을 만들어가는 이들도 조금 더 마음을 놓았으면 한다. 모두를 주도할 수는 없다.

KPOPOpinion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