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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Midnights의 기록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김도헌
김도헌
- 7분 걸림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발매 첫 주 빌보드 HOT 100 차트 톱텐에 1위 곡 Anti-Hero와 함께 새 앨범 Midnights의 노래 10곡을 모두 올렸다. 2021년 9월 14일 드레이크가 Certified Lover Boy 앨범으로 9곡을 톱텐에 줄 세운 기록을 1년 만에 깨버렸다.

더불어 테일러 스위프트는 앨범에 수록된 20곡 모두를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진입시키는 기염을 토했는데, 100위도 아니고 모든 곡이 50위 내에 위치한다. 가장 낮은 순위가 45위다. 총 188곡의 빌보드 HOT 100 히트곡을 보유하며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Red (Taylor's Version)의 27곡 모두를 차트 진입시킨 바 있는데, 이번에도 Midnights로 쾌거를 거뒀다.

Midnights의 성적은 미친 수준이다. 157만 유닛 판매는 2015년 아델의 25 이후 최고의 기록이며, 11번째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동률이다. 114만 판매량을 기록한 2022년 최고의 히트작이며 테일러 자신에게도 2017년 Reputation 이후 최고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피지컬 판매 97만 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닐이 57만 장, CD가 39.5만 장 팔려나갔다. 현재 미국 음악 시장에서 피지컬 앨범이 이렇게 팔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피지컬 판매의 비결은 무엇일까. 몇 달 전부터 테일러는 Midnights LP, CD 발매를 홍보하며 선주문받았다. CD 패키지 종류는 일반 디지털 앨범, 7곡이 추가된 디럭스 디지털 앨범, 보너스 트랙 포함한 아이튠즈 버전, 각각 다른 커버를 입힌 4장의 기본 CD 패키지로 총 7개였다. 바이닐 역시 각자 다른 색상과 커버를 입힌 4종류로 발표하였으며 카세트테이프도 있다.

왜 4장의 기본 패키지냐면 앨범마다 뒷면 커버가 모두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네 장의 뒷면 커버를 모두 모아야 Midnights를 상징하는 시계 문자판을 완성할 수 있다. 테일러는 심지어 앨범 네 장을 벽시계처럼 걸어놓을 수 있는 프레임까지 팔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타겟(Target) 쇼핑몰에서는 3곡이 추가로 들어간 CD와 독점 '라벤더' 에디션으로 CD와 컬러 바이닐을 또 판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4장의 CD와 4장의 바이닐 사인 버전을 준비해 판매했다. 캐피털 원 카드를 소유한 팬은 또 특별한 버전의 Midnights 앨범을 구입할 수 있다. 디럭스 박스 세트도 있다.


빌보드 기사에서도 등장하듯 테일러는 과거에도 Lover 앨범을 이렇게 판매한 역사가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오지 오스본, 마돈나 등 팝스타들이 다양한 피지컬 패키지로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중요한 건 이런 형태의 피지컬 판매 전략에 케이팝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드레이크의 성적을 분석하며 이런 내용을 썼다.

"드레이크나 테일러급의 슈퍼스타들에게는 히트곡에 대한 니즈보다 앨범 전체를 공개하며 충실한 팬들에게 전곡을 스트리밍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히트곡 하나만 들으면 되는 타 아티스트들과 달리 드레이크의 음악을 듣고 이야기하려면 앨범 단위 감상이 강제된다."

복수의 해외 매체들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마케팅 전략에서 케이팝 세계의 문법을 발견한다. 다양한 앨범 패키지 발매, 선공개 싱글 금지, 한정판 홍보, 팬덤과의 활발한 소통 등등. 테일러의 자리에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방탄소년단, 슈퍼엠의 이름을 넣어도 분석 기사가 어색하지 않다. 차이점이라면 테일러는 스트리밍과 라디오 플레이에서 이미 압도적인 성적을 보장받는 아티스트기에 싱글 차트에서 미친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성공은 세계 최고의 팬덤을 가진 백인 여성 팝스타가 케이팝 마케팅 전략을 빌렸을 때 미국 시장에서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드레이크 분석을 다시 한번 빌려 말하자면 "지루한 앨범을 내도 몇천만 회 이상 스트리밍을 끌어낼 수 있는 슈퍼스타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증명한 또 하나의 사례라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Midnights는 어둡고 우울한 작품이다. 아티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나날들'의 기록이라고 한다. folklore와 evermore 이후 인디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또 그럴 만한 싱어송라이팅 능력을 갖춘 것과 별개로 판매 전략은 지구상의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치밀하다. 사실 어제오늘 일도 아니었지만, 케이팝의 성공 사례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새로운 코드 진행도 없고, 곡의 주제도 이제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과거 테일러의 날이 서있던 멜로디와 가사 모두 무뎌진 작품이다. (Anti-Hero가 훌륭한 싱글인 것과는 별개다.) 돌고 돌아 백인 여성 아티스트의 배부른 푸념처럼 들릴 때도 있는 새 앨범이다. 그런데도 대중음악 역사상 최대의 히트작이다. 2000년대 말과 2010년대를 완전히 장악한 테일러의 기세가 2020년대에도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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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입니다.